하루키 신작 소설 돌풍…출간 첫날 서점가 장사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주문 물량만 18만부
인터넷 서점 1위 랭크…5만부 추가 인쇄하기로
인터넷 서점 1위 랭크…5만부 추가 인쇄하기로
‘삶’이라는 한 글자의 단어가 복잡하고 미묘한 인생을 표현한다는 건 역설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민음사)라는 긴 제목의 소설로 찾아온 건 삶과 세상의 모습을 조금 더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처음 들어서는 무슨 뜻인지 모를 제목이지만, 책을 읽고 나면 이 제목이 소설 속에 나타나는 삶의 불확정성을 매우 감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출간 이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던 하루키의 새 소설이 1일 정식으로 번역 출간됐다. 민음사는 초판만 20만부를 찍었으나 각 서점의 사전주문이 18만부에 달해 출간과 동시에 5만부 추가 인쇄에 들어갔다. 예약판매부터 큰 인기를 끌어 이날 각 온라인 서점의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하루키는 이 소설에서 하나의 사건에 대한 각기 다른 기억, 때로는 한없이 허물어져 버리는 정신과 육체,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비가역성을 통해 삶을 표현한다. 그리고 그 단면을 훑어나가는 순례를 특유의 매끄러운 문장으로 전달한다.
이렇다 할 특징 없이 평범하고 속깊은 주인공 다자키는 각각의 ‘색채가 짙은’ 네 친구인 똑똑한 아카, 럭비부 주장 아오,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예쁜 소녀 시로, 열정적이고 유머러스한 소녀 구로와 함께 완벽한 공동체에서 일체감을 느끼며 고교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혼자 도쿄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한 지 2년째 되던 해 어느날 그는 “이유는 잘 알고 있을 테니 혼자 생각해보라”는 말과 함께 갑작스러운 절교를 당한다. 이후 다자키는 반년 가까이 죽음만 생각하며 절대 고독을 겪고, 여기서 가까스로 빠져나와 마음을 쉽게 터놓지 않는 ‘어른’으로 살아간다.
서른여섯이 된 다자키는 철도역을 보수·설계하는 직원으로 큰 문제가 없는 삶을 살고 있지만 당시의 상처에서는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다. 이를 눈치챈 그의 여자친구 사라는 옛 친구 네 명을 찾아보라는 ‘순례’를 권유하고, 다자키는 나고야로 가 아카와 아오를 만난다. 다자키가 지난 16년의 시간을 온전히 찾아내는 건 핀란드로 이민을 간 구로와의 대화에서다. 다자키는 스무 살에 있었던 일들의 진짜 모습을 알아내고, 구로의 말에서 아무리 아픈 상처라도 의미는 있다는 걸 느낀다. “우리가 우리였다는 거, 절대로 헛된 일이 아니었던 거야. 설령 그것이 몇 년밖에 지속되지 못했다 하더라도.”
하지만 그 지점에서 다시 순례는 시작된다. 도쿄로 돌아온 다자키를 맞이하는 건 여자친구 사라의 결정에 자신의 삶이 달려 있는 또 다른 불확실성이다. 다자키는 하루에만 약 350만명이 이용하고 많은 레일들이 얽히고설켜 있는 신주쿠 역을 바라보며 가야 할 곳이 없는 자신의 인생을 생각한다.
하루키 특유의 감각적인 문장은 읽는 동안 몽환적인 느낌마저 들게 한다. 하지만 이전에 보여준 현학적인 세계관은 개인의 현실적인 삶에 대한 초점으로 바뀌었다. 그 시선은 폭이 좁지 않다. 작가는 다자키 개인의 순례를 통해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고 누구라도 연결돼 있는 세상을 말한다. 또한 타인에 의해 영문도 모른 채 결정되는 삶을 살면서, 그런데도 다시 떠나야 하는 수많은 다자키를 응원한다. 이 응원은 흡인력 있는 스토리를 타고 독자들에게 전해진다.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땐 마치 다자키가 된 듯한 일체감을 준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출간 이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던 하루키의 새 소설이 1일 정식으로 번역 출간됐다. 민음사는 초판만 20만부를 찍었으나 각 서점의 사전주문이 18만부에 달해 출간과 동시에 5만부 추가 인쇄에 들어갔다. 예약판매부터 큰 인기를 끌어 이날 각 온라인 서점의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하루키는 이 소설에서 하나의 사건에 대한 각기 다른 기억, 때로는 한없이 허물어져 버리는 정신과 육체,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비가역성을 통해 삶을 표현한다. 그리고 그 단면을 훑어나가는 순례를 특유의 매끄러운 문장으로 전달한다.
이렇다 할 특징 없이 평범하고 속깊은 주인공 다자키는 각각의 ‘색채가 짙은’ 네 친구인 똑똑한 아카, 럭비부 주장 아오,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예쁜 소녀 시로, 열정적이고 유머러스한 소녀 구로와 함께 완벽한 공동체에서 일체감을 느끼며 고교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혼자 도쿄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한 지 2년째 되던 해 어느날 그는 “이유는 잘 알고 있을 테니 혼자 생각해보라”는 말과 함께 갑작스러운 절교를 당한다. 이후 다자키는 반년 가까이 죽음만 생각하며 절대 고독을 겪고, 여기서 가까스로 빠져나와 마음을 쉽게 터놓지 않는 ‘어른’으로 살아간다.
서른여섯이 된 다자키는 철도역을 보수·설계하는 직원으로 큰 문제가 없는 삶을 살고 있지만 당시의 상처에서는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다. 이를 눈치챈 그의 여자친구 사라는 옛 친구 네 명을 찾아보라는 ‘순례’를 권유하고, 다자키는 나고야로 가 아카와 아오를 만난다. 다자키가 지난 16년의 시간을 온전히 찾아내는 건 핀란드로 이민을 간 구로와의 대화에서다. 다자키는 스무 살에 있었던 일들의 진짜 모습을 알아내고, 구로의 말에서 아무리 아픈 상처라도 의미는 있다는 걸 느낀다. “우리가 우리였다는 거, 절대로 헛된 일이 아니었던 거야. 설령 그것이 몇 년밖에 지속되지 못했다 하더라도.”
하지만 그 지점에서 다시 순례는 시작된다. 도쿄로 돌아온 다자키를 맞이하는 건 여자친구 사라의 결정에 자신의 삶이 달려 있는 또 다른 불확실성이다. 다자키는 하루에만 약 350만명이 이용하고 많은 레일들이 얽히고설켜 있는 신주쿠 역을 바라보며 가야 할 곳이 없는 자신의 인생을 생각한다.
하루키 특유의 감각적인 문장은 읽는 동안 몽환적인 느낌마저 들게 한다. 하지만 이전에 보여준 현학적인 세계관은 개인의 현실적인 삶에 대한 초점으로 바뀌었다. 그 시선은 폭이 좁지 않다. 작가는 다자키 개인의 순례를 통해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고 누구라도 연결돼 있는 세상을 말한다. 또한 타인에 의해 영문도 모른 채 결정되는 삶을 살면서, 그런데도 다시 떠나야 하는 수많은 다자키를 응원한다. 이 응원은 흡인력 있는 스토리를 타고 독자들에게 전해진다.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땐 마치 다자키가 된 듯한 일체감을 준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