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마지막 5분간 중국어로 고사성어 인용 공감 이끌어
이날 연설의 키워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한·중의 미래 비전’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중국 젊은이들에게 들려준 ‘인생론’이었다. 박 대통령은 연설문 곳곳에 중국 고전인 관자(菅子)와 중용을 비롯해 중국 고사성어 등을 인용, 청중들의 공감을 유도했다.
박 대통령은 먼저 자신이 그동안 밝혀온 대북정책 비전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설명하면서 ‘새로운 동북아’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중국의 강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한국의 강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흘러 서해 바다에서 만나 하나가 된다”며 “두 나라의 강물이 하나의 바다에서 만나듯이 인민 행복 국가를 만드는 중국의 꿈(中國夢)과 국민 행복을 추구하는 한국의 꿈(韓國夢)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나라의 꿈이 함께한다면 새로운 동북아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남북한 구성원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게 된다면 동북 3성 개발을 비롯해 중국의 번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북한 문제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사라진 동북아 지역은 풍부한 노동력과 세계 최고의 자본, 기술이 결합해 세계 경제를 견인하는 ‘지구촌 성장 엔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과거 힘들었던 젊은 시절을 회고하며 거기서 얻은 인생철학을 들려줬다. 박 대통령은 “저의 꿈은 전자공학을 전공해 산업역군이 되겠다는 것이었는데, 어머니를 여의면서 인생의 행로가 바뀌었고 아버님을 여의면서 한없는 고통과 시련을 겪었다”며 “힘든 시간을 이겨내기 위해 많은 중국의 철학 서적과 고전을 읽으면서 고통을 이겨내고 마음의 평화를 되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제갈량이 아들에게 보낸 글을 읽고 가슴에 와닿았다”며 “마음이 담백하지 않으면 뜻을 밝힐 수 없고, 마음이 안정돼 있지 않으면 원대한 이상을 이룰 수 없다”는 구절을 소개했다. 박 대통령은 “인생이란 결국 한 줌의 흙이 되고 100년을 살다 가도 긴 역사의 흐름 속에서 보면 결국 한 점에 불과한 것”이라며 “바르고 진실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날 연설이 진행된 칭화대 대강당에는 400여명의 학생이 몰렸으며, 연설이 끝난 뒤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인생에서 직면한 도전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양친을 흉탄에 잃은 경험과 ‘커터칼 피습’ 사건을 거론하며 “남이 그렇게 (극복)하라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것을 이겨내겠다’ 하는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베이징=정종태 기자/김태완 특파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