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업계가 인구구조의 고령화와 중형·준중형 승용차 시장의 축소, 수입차 확대 등 5대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현대자동차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30일 '국내 자동차산업 5대 리스크' 보고서에서 "국내 자동차 산업은 8년 연속 자동차 생산 5위국의 성과를 거두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이 높아졌지만 내외부적인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가 꼽은 5대 리스크는 인구구조의 변화, 가계부채 확대, 자동차 판매 구성의 악화, 수입차 확대, 원고-엔저 등이다.

보고서는 국내 차산업의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우선 인구구조 변화를 꼽았다.

최대 수요층으로서 그간 시장 확대를 주도해온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면서 이들의 구매력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들의 은퇴는 젊은 층의 제조업 취업 기피와 맞물리며 숙련인력의 부족을 낳아 자동차 생산 확대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959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도 주로 주택담보대출에 집중돼 있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는 상승하면 이자 상환 부담으로 가계의 소비 여력이 감소한다.

이미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출구전략을 시사하면서 전 세계 금리가 들썩이고 있는 상황이다.

차종별 판매 추세도 자동차업계로선 부정적인 방향이다.

경제적인 경차와 다목적 활용이 가능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실용적인 차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가장 많이 팔리던 중형과 준중형 승용차 비중은 떨어지는 추세다.

지난해 경차는 국산 승용차 시장에서 역대 최고인 17%의 점유율을 보였고, SUV는 7년 만에 가장 많이 팔린 차종의 자리를 탈환했다.

반면 승용차 판매의 40% 이상을 차지하던 준중형·중형 승용차는 올 1∼5월 35% 아래로 비중이 떨어졌다.

게다가 성장세인 SUV마저도 중·소형의 비중이 90%를 넘고, 대형차는 비중은 그럭저럭 비슷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지만 수입차에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다.

대형차일수록 수익성이 높다는 점에서 자동차업체로서는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반면 수입차는 날개를 달고 국내 시장을 공략하는 중이다.

2010∼2012년 국내 승용차 시장은 130만대 규모에 멈춰 있었는데 같은 기간 수입차는 연평균 20%씩 성장했다.

여기에 한·유럽연합(EU)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관세가 점점 낮아지면서 가격 경쟁력은 높아지고, 수입차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져 중소형 차종으로도 시장이 넓혀지고 있다.

차량 판매 신장의 주 동력원인 신차 출시도 수입차가 주도하는 형국이다.

수입차는 지난해 100여종, 올해 들어선 30여종의 신차를 내놓으며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영향으로 작년 말부터 본격화된 원고-엔저의 환율 흐름도 장기화할 경우 신흥시장에서 일본업체의 공세를 강화시켜 경쟁관계에 있는 국내 자동차업체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보고서는 "지난 10년간 품질 향상을 기반으로 확대 성장을 지속해온 국내 자동차산업은 이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산적한 리스크 요인을 해소하고 성장을 지속하려면 현장의 경쟁력 강화가 절실하다"고 제시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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