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모처럼 시원하게 반등했다. 출구전략 쇼크로 6월 들어서만 무려 10% 넘게 하락하며 1700포인트대로 주저앉았던 코스피지수가 어제는 2.87%나 급등했다. 주가가 오르면 많은 이들이 좋아한다. 주식 투자자, 기업경영자, 금융회사 직원처럼 직접 관련된 사람은 물론 주식과는 무관한 사람들까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보통의 경우 주가 상승은 경제에 그만큼 온기가 돌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어제 주가 상승은 그렇지 않았다. 주가를 밀어올린 원인이 어처구니가 없다. 하루 전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는 부정적인 내용 일색이었다. 1분기 GDP 증가율(전분기 대비)은 1.8%로 당초 예상(2.4~2.5%)을 크게 밑돌았다. 쇼크라고 불러야 할 정도다, 소비지출 설비투자 모두 예상보다 부진했다. 그런데 부진한 미국 경제 지표가 글로벌 주가 급등을 이끌었다. 미국 경기가 나쁘니 미국 중앙은행(Fed)이 출구전략을 미루고 양적완화를 계속할 것이라는 기대가 이유였다.

글로벌 주가 움직임이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게 아니라 온통 투기적 자금의 향방에 따라 춤을 추고 있는 셈이다. 경제는 어떻게 되더라도 당장 투기자금만 충분히 공급되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글로벌 시장 전체가 마치 마약에 중독되듯이 과도한 통화공급에 중독돼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실물경제와 분리된 금융자본이 그만큼 불건전한 흐름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주가가 오르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출렁거리는 양적완화와 출구전략이 만들어내는 삼각파도의 위험성에도 주목해야 마땅하다. 양적완화로 지구촌에 뿌려진 돈만도 3조달러다. 자금수위가 낮아지면 암초도 쓰레기도 떠오르기 마련이다. 1990년대 후반의 지구촌이 그랬듯이 그 희생양은 신흥국들이 될 가능성이 크다. 벌써 희생자 리스트까지 나도는 상황이다. 투기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주가와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실물이 붕괴하는 시나리오는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주가 등락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출구전략이 몰고 올 여러 가지 후유증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거품 중독이 초래할 반사적 금단 증세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