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퍼들을 물심양면으로 뒷바리지한 기업들의 상반기 후원 성적표는 어떨까.

후원효과를 가장 크게 받은 곳은 박인비를 영입한 KB금융그룹이다. KB금융그룹은 지난해 말 박인비를 후원하기로 내부에서 결론이 났으나 의사 결정이 늦어지면서 올 5월 초에야 계약을 맺었다. 당시 박인비가 3승을 거둔 시점이라 계약 지연에 따른 손실이 예상됐으나 박인비가 계약 이후에도 2승을 추가하면서 KB금융그룹의 아쉬움을 말끔히 씻어버렸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박인비 선수 후원에 든 금액은 밝힐 수 없지만 계약 이후 잇따라 우승하면서 10배가 넘는 100억원 이상의 마케팅·홍보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신지애와 김세영을 후원하는 미래에셋도 시즌 초반에 두 선수가 나란히 우승컵을 안으면서 톡톡한 홍보효과를 누렸다. KT는 믿었던 ‘에이스’ 김하늘이 부진했으나 장하나가 KLPGA투어 상금랭킹 1위에 오르는 대활약을 펼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인비가 사용하는 골프클럽을 수입하는 던롭스릭슨, 미국 PGA투어 첫승을 따낸 배상문을 후원하는 캘러웨이도 함박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반면 초라한 성적표를 든 기업들은 속이 편치 못하다. 롯데는 지난해 신인으로 사상 최대 계약금을 안겨준 김효주가 우승하지 못한 데다 롯데가 주최하는 2개 대회(롯데마트여자오픈, 롯데칸타타여자오픈)에서 롯데하이마트, 롯데마트 등 12명의 소속 선수 중 한 명도 우승하지 못하는 흉작이었다.

LIG손해보험도 양제윤을 비롯 최혜용 이민영 고민정 등 우수한 선수들을 거느리고 1승도 건지지 못하는 참패를 맛봤다. 우리투자증권은 이미림 이승현 정혜진 안신애 등 거액을 들여 영입했으나 우승에 실패했다.

하나금융그룹도 유소연 김인경 박희영 등이 이름값을 해주지 못하면서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았다. 한화는 윤채영 지은희 김송희 등 미국과 한국에서 10명이 넘는 대규모 선수단으로 골프구단을 재창단했으나 투어에서 거의 존재감이 없었다. 김자영을 영입한 LG, 최경주와 최나연이 소속된 SK텔레콤 등도 풀이 죽은 상반기였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