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쇼크’에 이어 중국발 악재가 겹치면서 폭락한 증시에서도 한국형 헤지펀드들은 뛰어난 운용 실력을 뽐냈다. 일부 한국형 헤지펀드들은 이달 들어 10% 넘게 빠진 국내 증시에서 오히려 플러스 수익률을 올렸다. 각종 악재로 시장 예측이 어려운 변동성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저평가 자산을 사고, 고평가 자산을 파는 롱쇼트 매매로 시장을 방어하는 헤지펀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스피 지수 10% 빠져도 3% 수익

폭락장서 플러스…헤지펀드 본색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6개 한국형 헤지펀드들은 이달 들어 지난 24일까지 -0.67%의 평균 수익률을 올렸다. 해당 기간 시장 수익률(코스피 하락률)인 -10.10%를 크게 웃돈다. 이번 하락장에서 국내주식형펀드의 손실 폭이 8.42%에 달하지만 한국형 헤지펀드들은 시장 방어력이 월등히 돋보였다는 평가다.

4개 펀드는 이 와중에도 플러스 수익을 냈다. ‘KDB PIONEER 롱숏 뉴트럴’과 ‘KDB PIONEER 롱숏안정형’은 각각 3% 이상 수익을 보탰다.

고홍석 KDB산은자산운용의 헤지펀드 운용역은 “글로벌 거시경제 리서치를 강화하면서 연초부터 시장 하락을 대비한 전략을 세웠다”며 “선물 등 파생상품 전략을 활용해 초과 수익을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장 변동성 활용한 롱쇼트 전략 ‘유리’

한국형 헤지펀드들은 올 들어 다른 펀드 대비 수익률 개선세가 뚜렷하다. 연초 이후부터 지난 24일까지 코스피지수가 9.92% 하락했지만 20개 헤지펀드 중 16개 모두 플러스 수익률(0.68~10.54%)을 기록하고 있다.

운용 중인 4개 펀드 모두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삼성자산운용의 한상수 헤지펀드운용 본부장은 “시장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우선 덜 깨지도록 ‘중립’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며 “3분기 실적 개선이 예상되나 과하게 빠졌던 정보기술(IT), 자동차 업종 위주로 매수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20개 펀드 중 ‘브레인백두’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0.54%로 가장 높다. 최근 하락장에서도 1.05% 손실에 그쳤다. 김태준 브레인자산운용 이사는 “브라질, 중국 등 이머징 국가들의 연초 이후 성장률 둔화에 초점을 두고 소재 업종은 쇼트(매도), 미국 소비경기 회복 수혜주인 자동차 업종은 롱(매수)포지션으로 대응한 전략이 약세장에서 높은 방어력을 보여줬다”며 “시장이 크게 빠졌지만 예전처럼 큰 폭으로 반등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 저평가, 가치주 위주로 선별 접근하는 전략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진 현대증권 투자컨설팅센터 PB리서치팀 연구위원은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롱쇼트 전략은 선물 등으로 리스크 헤지(위험회피) 기능이 있어 다른 펀드 대비 하락장에서 초과 수익이 가능하다”며 “향후 코스피는 강한 반등보다 박스권 장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아 이들 펀드가 수익을 낼 기회가 더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