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정기 세일기간만 되면 쇼핑객들이 아침부터 긴 줄을 서고, 백화점 인근의 도로가 막히는 것은 이전엔 흔한 일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풍경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아울렛, 온라인 쇼핑 등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 유통채널이 많아진 게 주요 원인이다. 백화점들이 수시로 여는 상품별 할인 행사도 세일파워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

○세일파워 실종

사흘에 한번 꼴로 할인…할인…백화점 '툭하면 세일' 안 먹힌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17일간의 봄 정기세일이 있었던 지난 4월 주요 백화점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롯데백화점의 4월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4.1% 늘었고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각각 3.7%와 1.1% 증가했다. 롯데는 잡화브랜드 등 100개 품목의 단독 할인행사를 병행하고 2억원어치의 경품도 풀었지만 실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현대는 모피와 혼수용품 행사를 함께 열었고, 신세계는 세일 물량을 작년보다 20% 늘리는 등 총력전을 폈지만 매출 증가폭은 그리 크지 않았다.

반면 세일이 없었던 달의 매출 신장 폭이 오히려 컸다. 롯데백화점의 전년 동월 대비 매출 증가율은 지난 3월 8.9%에서 4월 4.1%로 낮아졌다가 5월 6.2%로 회복됐다. 현대백화점도 3월과 5월 매출 증가율이 각각 7.6%와 4.9%로 4월보다 높았다.

과거에는 세일이 있는 달의 백화점 매출 증가율이 다른 달보다 월등히 높은 경우가 많았다. 롯데백화점은 2010년 다섯 차례 세일을 진행했는데 1월을 제외한 4, 7, 10, 12월 세일매출 증가율은 연평균을 웃돌았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1, 4, 10월의 매출 증가율이 연평균에 못 미쳤다.

○상시할인 자충수

백화점들이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세일과 이월상품 할인 행사를 늘린 것이 오히려 세일의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의 연간 세일 기간은 2010년 78일에서 2011년 85일, 지난해 101일로 늘어났다. 원래 17일간이었던 여름 정기세일은 지난해 31일간 진행됐고 10일간 열리던 12월 연말 세일은 2011년부터 17일로 길어졌다.

올해도 이들 백화점은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28일까지 31일간 여름 정기세일을 한다. 이월상품 할인 행사도 상시화됐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지난달 24일부터 30일까지 100개 브랜드의 원피스를 최대 80% 할인 판매했고 이달 5일부터 9일까지는 샌들과 선글라스를 40~70% 싸게 파는 행사를 열었다.

새로운 유통체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아울렛과 온라인 쇼핑몰이 많아진 것도 백화점 세일 효과가 약해진 원인으로 분석된다. 아울렛에 가면 언제라도 품질에서 큰 차이가 없는 상품을 백화점보다 30~40%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굳이 백화점 세일을 기다릴 이유가 없게 된 것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