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단계 '출구' 때마다 투자심리 위축 불가피
주택시장 등 美 경기 회복세 '찬물' 우려도
전문가들은 앞으로 Fed가 출구전략을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최소한 세 차례 큰 충격파가 올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연말 채권 매입 규모 축소 △내년 중반 채권 매입 완전 중단 △내후년 시장 유동성 흡수의 3단계 출구전략이 시행될 때마다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막 오른 양적완화 출구전략
벤 버냉키 Fed 의장은 지난 18~19일 이틀 동안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올해 하반기에는 채권 매입 규모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내년 중반에는 3차 양적완화를 완전히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버냉키 의장이 3차 양적완화 출구전략과 관련해 시간표를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버냉키 의장은 다만 “Fed의 정책은 미리 정해놓을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며 “채권 매입 규모를 줄인 후에라도 경제 상황에 따라 다시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에게 Fed의 경기부양 의지가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양적완화를 중단하더라도 현재 제로(연 0~0.25%) 수준인 기준금리는 2015년까지 유지하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 경제 홀로서기 가능할까?
버냉키 의장이 시장의 예상보다 빨리 출구전략 카드를 꺼내든 건 경제 회복세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화정책을 통해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할 필요성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Fed는 이날 FOMC 회의 후 발표한 성명서에서 “고용시장이 최근 수개월 동안 추가적인 회복세를 보여왔다”고 진단했다. 또 “미국 경제와 고용시장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위험이 지난 가을부터 줄어들었다”고 덧붙였다. Fed는 내년 미국 경제가 3~3.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2014년 말에는 실업률이 6.5~6.8%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최대 자동차 판매업체인 오토네이션의 마이클 잭슨 최고경영자(CEO)는 “Fed의 기본적인 메시지는 미국 경제가 이제 스스로의 힘으로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출구전략이 모기지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주택 시장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구겐하임파트너스의 스콧 마이너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버냉키 의장이 시장의 반응에 실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구전략 예상보다 공격적”
월스트리트는 버냉키 의장이 이날 예상보다 구체적이고 공격적으로 출구전략 계획을 내놓은 것에 다소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그가 출구전략의 시간표까지 내놓자 이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와 S&P500지수는 1.35%, 1.39%씩 크게 하락했다. 채권시장도 급락해 이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해 3월 이후 최고치인 연 2.334%까지 치솟았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