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금융시장의 초미의 관심사였던 미국 중앙은행(Fed)의 3차 양적완화(QE3) 출구전략이 19일(현지시간) 윤곽을 드러냈다. 정확한 시점과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 하반기부터 채권 매입 규모를 줄이기 시작해 내년 중반 완전히 중단한다는 대략의 시간표가 나온 것. 그동안 뉴욕 증시 랠리를 지탱해온 3차 양적완화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Fed가 출구전략을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최소한 세 차례 큰 충격파가 올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연말 채권 매입 규모 축소 △내년 중반 채권 매입 완전 중단 △내후년 시장 유동성 흡수의 3단계 출구전략이 시행될 때마다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막 오른 양적완화 출구전략

벤 버냉키 Fed 의장은 지난 18~19일 이틀 동안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올해 하반기에는 채권 매입 규모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내년 중반에는 3차 양적완화를 완전히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버냉키 의장이 3차 양적완화 출구전략과 관련해 시간표를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버냉키 의장은 다만 “Fed의 정책은 미리 정해놓을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며 “채권 매입 규모를 줄인 후에라도 경제 상황에 따라 다시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에게 Fed의 경기부양 의지가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양적완화를 중단하더라도 현재 제로(연 0~0.25%) 수준인 기준금리는 2015년까지 유지하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 경제 홀로서기 가능할까?

버냉키 의장이 시장의 예상보다 빨리 출구전략 카드를 꺼내든 건 경제 회복세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화정책을 통해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할 필요성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Fed는 이날 FOMC 회의 후 발표한 성명서에서 “고용시장이 최근 수개월 동안 추가적인 회복세를 보여왔다”고 진단했다. 또 “미국 경제와 고용시장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위험이 지난 가을부터 줄어들었다”고 덧붙였다. Fed는 내년 미국 경제가 3~3.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2014년 말에는 실업률이 6.5~6.8%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최대 자동차 판매업체인 오토네이션의 마이클 잭슨 최고경영자(CEO)는 “Fed의 기본적인 메시지는 미국 경제가 이제 스스로의 힘으로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출구전략이 모기지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주택 시장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구겐하임파트너스의 스콧 마이너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버냉키 의장이 시장의 반응에 실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구전략 예상보다 공격적”

월스트리트는 버냉키 의장이 이날 예상보다 구체적이고 공격적으로 출구전략 계획을 내놓은 것에 다소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그가 출구전략의 시간표까지 내놓자 이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와 S&P500지수는 1.35%, 1.39%씩 크게 하락했다. 채권시장도 급락해 이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해 3월 이후 최고치인 연 2.334%까지 치솟았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