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부터 여러 신문·방송 매체에서는 자연주의 출산을 다뤘다. 이는 의료진의 개입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자연출산을 최대한 배려하는 출산법이다. 낯선 분만실 침대에서 홀로 고통을 감내하는 산모가 아닌, 가족이 분만과정에 함께 참여한다거나 조산사가 직접 집에 방문하는 모습이 화면에 담겼다. 최근 들어서는 이러한 자연주의를 넘어, 자연분만이든 제왕절개든 의료적인 문제가 없는 한 되도록 모든 것을 산모의 선택에 맡기는 ‘자유로운 출산’을 지향하는 출산법이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는 ‘인권’이라는 가장 기초적인 덕목이 뒤따른다. 분만의 주체는 임산부와 뱃속에 있는 아기, 그리고 남편이라는 가족이지 의료진이 될 수 없다는 것. 자유로운 출산은 의료진의 시스템과 스케줄에 따라 천편일률적으로 진행되는 분만법에서 탈피해, 산모에 초점을 맞춘다. 관장, 제모, 회음부절개 등 이른바 ‘3대 굴욕’으로 불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실시하지 않는다. 제왕절개를 통해 출산일을 변경하길 바란다면 그것이 미신일지라도 그 뜻에 따른다. 당연히, 의료적인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고 그것을 설명할 때에도 선택에 대한 비판의 시선이 아닌 객관적인 설명을 충분히 한 후 산모와 가족이 선택한 것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선택을 존중 받는다.





이에 연앤네이쳐 산부인과의원 박지원 원장은 “출산의 고통은 여성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최고의 고통일 것입니다. 더불어 가장 행복한 고통이기도 하다”면서 “어찌 보면 출산의 고통이란 출산 과정을 산모와 함께 겪는 아이의 고통이기도 한다. 공포와 불안이 클 수밖에 없다. 이를 덜어주기 위해서는 출산 이전에 충분한 정보 전달과 상담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산모의 의지가 부족한데도 자연주의 출산을 하지 않으면 실패자인양 느낌을 받게 하거나, 회음부 절개로 훗날 통증에 시달릴 수 있는데도 편의적 관행 때문에 절개한다면 훗날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이를테면 아이에게 애착이 생기지 않거나 더 이상의 출산을 거부할 수도 있다. 때문에 산모와 그의 가족은 많은 케이스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출산법을 선택하고, 의료진은 그에 맞는 조언과 대비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연분만과 제왕절개의 선택만이 자유로움을 의미하진 않는다. 진통만으로도 견디기 힘든 상황에서 의료진은 산모의 배를 강하게 누르거나 간혹 배 위로 올라가서 누르기까지 한다. 대소변 때문에 무안을 주기도 하고, 유연함이 부족한 산모의 다리를 억지로 벌려 관절에 무리가 오기도 한다. 기다림 없이 미리 의료진 스케줄에 맞춰 촉진제를 투여해 진통을 감내할 새도 없이 분만하는 과정에서 실핏줄이 터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것이 요즈음의 자연분만을 진정한 자연분만, 혹은 자유로운 분만으로 통칭할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가족의 축복 속에 출산했다고 하여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No’다. 제모나 관장이 싫어서 자연주의 출산 병원을 다녔지만 막상 예정일이 다가오자 두려움에 제왕절개를 선택하였더니 패배자 취급을 받아 크게 낙심 하고, 엄마의 자격이 없는 것 같은 상실감에 빠지게 만들었다면 자유롭다고 할 수 있을까?



수술이라는 분만법을 선택 한 산모에게 과연 그녀의 선택이 틀렸다고 감히 어느 누가 말할 수 있는가. 혹은, 가족분만실에서 고통을 참던 아내가 끝내 눈물을 흘리자 TV를 보던 남편이 “왜 울어?”라고 태연히 물었다고 하자.



아내는 분명 고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고, 가족이 지켜보기에 ‘참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다. 비록 한 공간에 있었지만 TV에 신경이 쏠릴 만큼 남편은 출산의 선택과 참여에 굉장히 소극적이었다. 이렇게 혼자서만 참는 출산이 과연 자연주의 출산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인가. 자유로운 출산은 산모와 그의 가족의 온전한 자유와 선택, 적극적인 참여가 있을 때만이 성립한다. 이 같은 이유로 제왕절개 역시 ‘자유로운 출산’에 포함될 수 있다.



아이가 지나치게 크다거나 자궁문이 열리지 않는다거나 역아로 인한 수술이 아닌, 산후 요실금, 치질 등의 걱정이나 부부관계를 염두 해 두어 수술을 선택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산모의 선택이라면 존중 받아야 한다.



암에 걸린 환자도 수술을 할지, 방사선 치료를 할지, 민간요법을 할지 스스로 결정한다. 비만이나 알코올 중독에 있어서도 환자가 적극 동참해 자신이 주도적으로 치료를 수행한다. 출산은 질병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이나 주변 상황에 따라 선택을 강요 받는다.



출산 과정에서 의료적 개입이 많을수록 아이의 폭력성이 커진다는 보고도 있는 만큼 이를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단, 자유로운 분만은 ‘앎’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정보가 충분해야 주도적으로 과정에 참여할 수 있으니, 이제라도 현명한 부모가 되어 똑똑한 선택을 하자.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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