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불평등과 싸우는 LG
LG전자 K과장은 지난해 감봉 처분을 받았다. 마케팅 비용을 개인적으로 쓰다 감사팀 역할을 하는 윤리사무국에 적발돼서다. 감봉은 향후 승진 심사 등에서 상당한 불이익이 가해지는 중징계다. 사적으로 쓴 돈이 일이십만원 정도로 예전 같으면 경고 선에서 징계가 끝날 수 있었지만 이번엔 달랐다. 제보자도 끝내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해 LG전자엔 K과장 같은 사례가 적지 않았다. 임직원 부정비리에 대한 제보가 크게 늘어난 데다 조금의 관용도 없이 회사 규정 그대로 처벌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본무 LG 회장의 정도경영 의지가 구체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전자는 14일 ‘2012~2013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임직원 부정비리 제보 건수가 112건으로 41건이었던 2011년에 비해 173% 늘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가장 제보가 많았던 2009년(62건)보다 80%나 증가했다. 전체 제보에서 부정비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9%에서 지난해 25%로 늘었다.

면밀한 조사를 거쳐 임직원들이 중징계를 받은 건수도 급증했다. 중징계 사건은 2010년 19건에서 2011년 2건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30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제보자에 대해선 일체의 비밀을 보장하고 온라인 신문고를 적극 활용하면서 부정비리 고발이 크게 늘었다”며 “정도경영을 강화하고 조직이 투명해져야 한다는 공감대에 따라 처벌 수위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지난해 초 임직원들에게 “정도경영을 실천해달라”는 메시지를 내놓은 뒤 작년 2월엔 “담합하면 누구든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한 달 뒤엔 “좀 더 엄격한 잣대를 갖고 정도경영을 지켜나갈 것”을 다시금 주문했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타협하지 않고 바르고 정당한 방식으로 경쟁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LG는 공정한 경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부정비리뿐 아니라 불평등을 없애는 데 힘쓰고 있다. 출산 및 육아 휴가를 써야 한다면 남녀 불문하고 쉴 수 있도록 했다.

LG전자는 2009년까지 출산·육아 휴가를 쓴 남자 직원이 전무했지만 2011년 9명에서 지난해 16명으로 늘었다. 출산·육아 휴가를 사용한 여직원 수도 2010년 313명에서 2012년 403명으로 많아졌다. LG디스플레이에서도 지난해 출산·육아 휴가를 사용한 여직원 수는 138명에서 307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과장급 이상인 여성 관리자 비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0년 159명에 그쳤던 LG디스플레이의 여성 관리자 수는 지난해 251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관리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4.7%에서 5.5%가 됐다. 2010년 9%대였던 해외 사업장의 여성 관리자 비중은 지난해엔 12%를 훌쩍 넘었다.

친환경 경영도 본격화하고 있다. LG전자는 재활용할 수 없는 자재 대신 재생 플라스틱 사용량을 2년 만에 2.5배 늘렸다. 또 국제 분쟁 지역에서 나오는 광물 사용을 최소화 하도록 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