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한국철도시설공단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릴 예정이던 ‘철도산업 발전방안 공개 토론회’가 민주노총과 전국철도노동조합 등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들은 “국민적 의견 수렴 없이 정부가 철도민영화를 위한 요식행위를 하고 있다”며 “KTX가 분리 운영되면 요금이 폭등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토론회장을 불법 점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국토부는 코레일이 독점해온 철도 운송시장을 경쟁구조로 전환하고, 오는 2017년까지 여객·화물·시설 보수 등 분야별 자회사로 나누는 내용의 철도체제 개편 계획안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국토부는 우선 1단계로 연말까지 2015년 개통 예정인 수서발 경부·호남선 KTX 여객 수송을 맡을 자회사를 설립하고 내년에는 화물 부문을 떼어내 물류 자회사를 세운다. 수서발 KTX는 철도공사(30%)와 연기금 등 공공자금(70%)만 출자에 참여한다. 이어 2단계로 2015년에는 코레일의 차량정비 기능을 분리해 자회사를 만들고 지선 중심의 일부 노선을 민간 운송회사에 개방한다. 3단계인 2017년에는 유지보수 기능도 자회사로 분리할 방침이다.
신광호 국토부 철도운영과장은 “현행 철도공사의 독점구조는 경쟁력 부족에 따른 적자와 부채증가 등 문제점이 많다”며 “여객과 화물, 유지보수 등 서로 다른 업무가 철도공사에 집중돼 비효율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개편을 통해 요금인하 효과 등 연간 6200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국토부는 추정했다.
철도공사는 철도시설공단과 나뉘어진 운송과 건설 부문의 이른바 ‘상·하 통합’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문희 철도공사 기획조정실장 “공기업으로서 정부의 정책에 반대할 수 없다”면서도 “모든 철도산업의 문제점을 코레일에서 찾는 건 문제가 있다. 정부가 발표한 ‘독일식’은 상·하 통합을 전제로 한 만큼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번 개편안은 철도공사법 등 관련 법안 개정이 필요 없는 만큼 이달까지 최종안을 확정하고 다음달께 수서 KTX 운영 준비단을 설립할 계획이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