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같은 IB로 우뚝 설 수 있다"
"덩치는 작지만 아무도 깔보지 못하는 증권사로 만들려고 합니다. 키움증권이 골드만삭스보다 작지만, 회사가 작은 것이지 회사를 구성하는 사람이 작은 건 아닙니다."
권용원 키움증권 대표(52)는 금융투자업계에선 드문 공대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기술고시에 합격해 14년간 산업자원부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다우기술 부사장, 인큐브테크 대표, 다우엑실리콘 대표 등을 지내며 정보기술(IT) 업체를 전두지휘해왔다.
그런 권 대표가 2009년부터 키움증권 대표로 부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유독 힘든 시기에 증권업계에 입성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급변하는 격변기 속에서도 그는 5년째 키움증권을 맡아 회사를 키우고 있다.
"하루라도 노력 안 하면 뒤처져"… 차세대시스템 오픈 예정
인터뷰 내내 권 대표가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혁신'이다. 그는 증권업계가 IT업계 못지 않게 혁신적이고 치열한 '전쟁터'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만큼 '벤처 정신'이 중요하다는 설명이었다..
"IT업계는 사이클이 빨라요. 금방 새로운 제품이 나오고 따라잡지 못하면 도태됩니다. 증권업계에 와보니 여기는 그곳보다 더 치열해요. 매일매일 성적표가 나오고 방심하면 금방 점유율을 뺏깁니다."
치열한 증권시장 생태계에서 키움증권은 온라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주식중개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최근 몇년 사이에 급성장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시장에서도 점유율 선두를 달리고 있다. 권 대표의 높은 IT 이해도와 기술력 중시 마인드가 큰 힘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권 대표가 매달 'VOC(Voice of Customer)회의'를 직접 주관한다. 고객센터를 통해 수집된 고객들의 의견과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MTS 등의 개선 방안을 내놓고 곧바로 적용한다.
"키움증권 HTS인 영웅문의 동시 접속자가 많을 땐 18만 명입니다. MTS의 성장성까지 감안하면 앞으로 더 늘어날 겁니다. 고객 만족도를 유지하려면 프론트엣지 테크놀로지를 빠르게 수용하고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증권업계만큼 애플리케이션의 보강과 개발이 활발한 곳이 많지 않을 것" 이라며 "키움증권이 HTS나 MTS 시장의 선도자로서 경쟁사에 앞서가려면 끊임없이 노력을 하는 것이 숙명"이라고 강조했다.
키움증권은 2011년부터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올 9월 빠른 속도와 무중단 시스템을 구현한 차세대 시스템을 구동할 예정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안 기대 … ATS에 강점 가져
지난해 이후 위축된 증시 거래대금과 투자심리로 증권사들은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키움증권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올 하반기가 상반기보다 나을 것으로 보지만 거시경제가 완전히 회복하려면 몇년 더 걸릴 것" 이라며 "양적완화 처방을 통해 지탱된 경제가 고용과 소비 등 실물경제로 연결돼 선순환하기까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증권업은 기본적으로 위탁매매 수수료가 수익의 기본. 지금 같이 증권 매매가 위축된 시기엔 그 영향을 덜 받게 내공을 쌓는 것이 증권사 수장의 책임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불황을 견딜 실력을 쌓으려면 비즈니스의 다양화가 필요하며, 지난 5년 동안 그런 노력을 그친 적이 없습니다. 야간선물·FX마진 등 새로운 파생상품 시장에 진출했고, 투자은행(IB), 자기자본투자(PI), 홀세일(기관 영업) 분야도 키우며 사업을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내실을 다지며 노력해온 기업공개(IPO) 주관사업에선 최근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키움증권스팩1호도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으면 성공적으로 합병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 대표는 "우리가 상장시킨 종목들은 대부분 공모가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돼 상장사들의 만족도가 높다" 며 "현재 100개 이상의 회사를 관리하고 있으며 올해와 내년, 내후년에 걸쳐 IPO 예정 기업들이 대기중"이라고 밝혔다.
"IPO를 통해 실물경제에 있는 중소기업들이 차입이 아닌 자본시장을 통해 자본을 조달하고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됩니다. 증권사로서 돈도 벌지만 보람도 있는 일이지요."
권 대표는 올해 통과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으로 증권업황이 반등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금융위기 이후 각국 정부가 자본시장에 대해 규제 일변으로 나왔습니다. 한마디로 '규제 쓰나미'였죠.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우리 정부가 자본시장에 대해 규제에서 성장으로 시각을 바꾼 전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키움증권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으로 설립 근거가 마련된 대체거래소(ATS)의 가장 큰 수혜를 볼 증권사로 꼽힌다. 대체거래소를 통해 매매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되면 시장점유율이 가장 큰 키움증권에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다. 키움증권이 ATS 설립에 직접 참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금은 한국거래소의 독점체제인데, ATS가 경쟁과 보완 역할을 할 것입니다. 증권사나 투자자들에게도 좋은 기회지요. 자본시장법 개정안 세칙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키움증권은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중입니다."
그는 "해외 ATS 업체들을 탐방하고 분석해 ATS에 대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며 "키움증권은 고객 기반이 넓고 다양한 트레이딩에 대한 이해도 높기 때문에 ATS 설립에 참여할 수 있는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했다.
권 대표는 "금융위기로 글로벌 IB들이 위축되고 위기를 맞은 지금이 바로 국내 증권사에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산자부에서 근무하던 시절 반도체 산업을 담당하면서 후발업체인 삼성전자가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던 일본의 절대 강자들을 꺾고 선두로 나설 때를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가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와 어깨를 나란히 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언젠가는 키움증권이 골드만삭스 같은 IB로 우뚝 설 수 있다고 봅니다." 권 대표의 얼굴엔 자신감이 배어있었다.
<권용원 대표 약력>
1961년 서울 출생
1984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자과 졸업
1996년 MIT TPP(Technology and Policy Program) 석사
1986년 산업자원부 (기술고시 21회)
1998년 제15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근무
2000년 다우기술 부사장
2004년 인큐브테크 대표이사
2005년 다우엑실리콘 대표이사(겸직)
2007년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2009년 키움증권 대표이사(현)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