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 완화와 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의 유동성 공급 확대 정책, 경기회복 기대 등은 올 상반기 글로벌 증시에 호재를 안겨줬다.

미국의 경우 상반기에 20% 가까운 상승률을 보였고, ‘아베노믹스’로 대표되는 일본 증시 상승률은 50%에 달했다.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주요 국가 증시도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타고 연초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반면 코스피지수는 글로벌 유동성 장세에 편승하지 못한 채 박스권에 갇힌 답답한 흐름을 보여왔다. 글로벌 증시와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은 엔화 약세로 인한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약화 우려와 공급 과잉이 빚어낸 중국 제조업 경기 침체 탓이 크다. 여기에 화학 철강 기계 등 국내 산업재 및 소재업종의 부진과 글로벌 인덱스 펀드 운용사인 뱅가드의 이머징 마켓펀드 벤치마크 교체에 따른 매물 압박 등도 더해졌다.

그나마 코스닥은 상대적 밸류에이션과 수급상의 메리트가 부각되면서 어느 정도 글로벌 증시 상승을 따라가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 결과 올 들어 대형주 포트폴리오로 구성된 펀드 성과는 지지부진했던 반면 중소형주 펀드의 실적은 평균 11%에 달했다.
뱅가드 매물 곧 종료…대형주 펀드 '볕드네'
그러나 6월 이후에는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국내 주식형 펀드시장에서 변화의 움직임은 클 것으로 보인다.

뱅가드가 쏟아내는 매물 공세도 곧 종료된다. 뱅가드는 올 1월 초부터 7월 초까지 9조원어치 주식을 팔아야 하는데 남은 물량은 1조7000억원어치 수준에 불과하다. 뱅가드의 매도 타깃이 된 대형주는 수급상 부담을 벗어나게 된다.

뱅가드 매물 압박이 한 달 뒤면 종료된다는 사실이 외국인을 한국시장에 다시 불러들이고 있다. 지난달 중순 이후 외국인은 매수세로 전환한 듯한 모습이다.

외국인은 이미 예고된 뱅가드의 매도 계획이 완료되기에 앞서 한국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특정 업종과 종목에 매수세가 몰리기보다는 업종 전반, 그리고 대형주가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긍정적으로 시장을 보는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올 하반기 2200까지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중소형주에 비해 주가 부담이 없는 대형주가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다. 특히 부진한 중국 경제지표 탓에 상반기 내내 시장에서 소외됐던 소재, 산업재 업종이 수혜를 누릴 전망이다. 기존 주도주인 ‘전차군단’(전기전자, 자동차)도 하반기 증시의 주역으로 떠오를 것이다.

뱅가드 매물 곧 종료…대형주 펀드 '볕드네'
대형주 펀드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바꿀 것인지 고민해 볼 시점이다. 이미 일부 대형주 펀드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소재 산업재 업종의 ‘턴어라운드’에 자신이 없다면 실적이 확실하게 나오는 정보기술(IT) 및 자동차를 많이 편입한 대형주 펀드, 혹은 그룹주 펀드를 노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틈새시장인 가치주, 중소형주 펀드를 계속 고수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한수길 현대증권 상품전략부 팀장 ffk961@hyundai-securiti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