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모리스 레비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는 “여성이 남성보다 인수합병(M&A)에 능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1997년부터 11년간 진행된 M&A 4000건을 조사해 보니 여성 최고경영자(CEO)들이 남성 CEO보다 70%가량 더 싼 가격에 M&A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실리콘벨리에서는 여성 CEO들이 주도하는 대규모 M&A가 잇달아 터지고 있다. 버지니아 로메티가 이끄는 IBM은 4일(현지시간) 데이터베이스 회사인 소프트레이어테크놀로지스를 20억달러(약 2조23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기업 고객들을 위한 클라우드 컴퓨팅(인터넷 서버에 데이터를 저장·이용) 서비스를 대폭 개선하기 위해서다. 보름 전인 지난달 20일에는 머리사 메이어 야후 CEO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 텀블러를 인수한다고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두 여성 CEO들이 M&A에 나선 이유도 비슷하다. 덩치를 키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IBM은 기업 클라우드컴퓨팅 시장에서 아마존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고, 야후도 구글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SNS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

여성 CEO들이 M&A를 통해 경쟁업체를 꺾는 것은 이제 낯선 일이 아니다. 과감한 M&A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인드라 누이 펩시 CEO가 대표적인 예다. 크래프트푸즈의 아이린 로젠필드 CEO는 워렌 버핏을 비롯한 주요 주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영국 초콜릿업체 캐드버리를 2010년 적대적 M&A해 주목을 받았다.

레비 교수는 여성 CEO들이 M&A에 능한 이유를 ‘가격 발견 능력’에서 찾았다. 그는 “여성들은 상품의 본질적인 가격을 알아보는 능력이 남성들보다 뛰어나 M&A에서도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지불하지 않고 기업을 사들일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