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어제 내놓은 ‘우리나라의 규제 현황과 개선방안’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등록규제 수는 1만4796건에 달한다.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올해에만 5개월 새 882건의 규제가 늘었다는 것이 눈에 띈다. 지난해 말 대비 무려 6.3%나 증가한 것이다. 그동안 없어진 규제를 빼고 새로 생긴 규제만 헤아리면 1338개라고 하니 가히 기하급수적이다. 더구나 늘어난 규제의 대부분이 기획재정부나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등 경제 관련 분야에서 만들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손톱 밑 가시 빼기’를 정권의 핵심 키워드로 내세우고 틈만 나면 규제완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다짐해왔다. 지난달 27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경제를 살리는 데 가장 중요한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규제완화를 빠르게 추진해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최근 미국에서 있었던 재계 총수들과의 간담회에서도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원칙허용, 예외금지)으로 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집권 초기 역대 정권에 비해 가장 빠르게 규제가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통령의 주문과 현실이 이렇게 다를 수 없다.

물론 신설되는 규제들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것도 있긴 하겠지만 사회 변화에 뒤처진 것이거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 대부분이다. 더구나 경제민주화로 하도급법이나 정년연장법, 일감몰아주기 차단 등 온갖 기업 때리기 법안들이 줄줄이 쏟아지고 있다. ‘공정’이나 ‘독점’ ‘상생’을 내건 규제법안이 줄줄이 발의돼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공정이라는 명칭이 포함된 의원 입법만 100개가 넘는 실정이고 상생을 내세운 법안도 20건이 넘는다. 의원 발의 입법 중 65%가 규제 법안이다. 가뜩이나 기업은 경기침체와 엔저 등 경제환경 악화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여기에 무더기 규제 입법이 공장에서 벽돌 찍어내듯 찍혀 나오고 있다. 규제 공화국의 앞날이 빤히 보이는 상황이다.

전경련은 행정규제를 줄이기 위해서는 1만4000개 규제를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설립 15년째인 규제개혁위원회는 공무원이 올려주는 것만 심사한다는 것인지 도통 나아진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