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한일재단 공동 캠페인]"日 퇴직기술로 3조원 유성감속기 시장 노린다"
감속기 생산·판매업체 삼양감속기는 최근 고부가가치 제품인 유성감속기의 생산 매뉴얼을 개발했다.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을 통해 1월부터 일본 퇴직 기술자 나카니시 요시오 씨(74)를 영입하면서다.

지난 5일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에 위치한 삼양감속기. 1967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자동화라인, 공작기계 등에 쓰이는 국내 산업용 감속기(기어드모터)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모터의 회전수를 조정해 힘을 증대시키는 부품인 감속기를 현대엘리베이터, 포항제철, 현대제철 등에 공급해 지난해 7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삼양감속기는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 다진 입지에 만족하지 않았다. 일반 감속기에 비해 응용범위가 넓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유성감속기를 특화시켜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발돋음 하려는 것.

문성주 삼양감속기 대표이사는 "회전 정밀도가 뛰어난 유성감속기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생산 장비에 전반적으로 사용된다"며 "세계적으로 3조1000억원의 시장 규모지만 해외 업체들이 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양감속기는 2008년부터 유성감속기 개발을 시작해 2011년부터 상용화에 들어갔다. 그러나 일본 스미토모, 독일 SEW 등 쟁쟁한 경쟁자들과는 기술적 격차가 있는 게 사실이다.

일본 퇴직 기술자 나카니시 요시오 씨
일본 퇴직 기술자 나카니시 요시오 씨
일본인 퇴직 기술자인 요시오 씨에게 기술을 전수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1월부터 6개월간 요시오 씨는 삼양감속기 직원들을 대상으로 유성감속기의 설계, 생산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일본 유성감속기 전문업체 오광정밀의 대표이사였던 그는 40여년 간 엔지니어부터 영업과장, 경영자 등을 두루거쳤다.

이강진 삼양감속기 제품개발부장은 "감속기 제조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만 듣고 마모 정도를 알 정도로 베테랑 기술자였다"며 "그가 설계부터 가공, 평가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생산과정을 매뉴얼화해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요시오 씨는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중인 제품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 부장은 "제품을 개발하는데 현장에서 부딪힌 경험들이 많은 도움이 된다"며 "개발중인 제품들의 설계 도면을 보여주면 일본 기술자가 제작상 예상되는 문제나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해 조언했다"고 설명했다.

삼양감속기는 유성감속기와 함께 태양광 발전기, 풍력 발전기용 정밀부품 등 친환경제품을 미래성장동력으로 삼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선 선진 기술을 가진 일본 기술자와 꾸준한 협력이 요구된다.

문성주 대표는 "고급 연구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중소기업 입장에서 일본 퇴직기술자의 조언은 많은 도움이 됐다"며 "고문 제도 등을 통해 좀 더 장기적으로 협력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인천=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