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벤처캐피털에 '검은 돈' 떠돌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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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특수목적회사 설립하고 국내 벤처캐피털에 투자
감독기관 중소기업청은 주주정보조차 요구 못해
감독기관 중소기업청은 주주정보조차 요구 못해
▶마켓인사이트 6월4일 오전 5시19분
국내 벤처캐피털(창업투자회사)인 S사는 싱가포르 국적의 개인 및 법인이 99%의 지분을 갖고 있다. 그러나 벤처캐피털 감독기관인 중소기업청은 S사 주주들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모른다. 벤처캐피털에 적용하는 ‘중소기업 창업지원법’에 주주 관련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서다. 중기청 관계자는 “해외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 등 투명성이 검증되지 않는 자금이 유입되는 것은 아닌지 늘 불안하지만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해외 페이퍼컴퍼니 같은 특수목적회사(SPC)가 국내 벤처캐피털에 투자할 때 정부가 자금 출처와 투자자 실체를 전혀 파악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벤처캐피털 설립 및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창업지원법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구멍 뚫린’ 중소기업 창업지원법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벤처캐피털 설립 및 운영에 대한 관리·감독은 중기청이 총괄하고 있다. 하지만 중기청은 벤처캐피털 설립 때 주주 구성과 관련한 정보를 요구할 권한이 없다.
벤처캐피털 규제 법률인 중소기업 창업지원법의 ‘구멍’ 때문이다. 현행법상 벤처캐피털은 자본금 50억원만 납입하면 대주주에 대한 상세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도 설립할 수 있다. 중기청은 대주주의 실체를 확인하지 못하더라도 자본금만 납입하면 설립 라이선스(허가)를 내줘야 한다.
그나마 벤처캐피털 주주들이 국내 개인 또는 법인일 경우 중기청은 ‘간접적으로’ 이들에 대한 확인 작업을 벌인다. 금융위원회 등 유관기관 등에 자료를 요청해 자금의 투명성과 대주주의 실체를 알아보는 방식이다.
하지만 해외 기업이 벤처캐피털 주주로 참여할 때는 ‘주주 이름’ 외의 정보는 전혀 알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에서 횡령 등 금융사고를 일으키고 해외에 도피한 개인이나 불법·탈법으로 조성된 자금으로 설립한 해외 SPC가 국내 벤처캐피털에 투자하더라도 이를 막을 장치가 사실상 없다는 지적이다.
◆PEF의 대주주 규제 참고할 만
벤처캐피털 업계에선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SPC 등 해외 주주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A벤처캐피털 대표는 “벤처캐피털이 출자받는 모태펀드의 재원은 국민 세금”이라며 “국민 돈을 운용하는 업체의 대주주가 해외 SPC 등 베일에 가려져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위원회의 감독을 받는 사모투자회사(PEF) 및 PEF 운용사에 대한 대주주 규제를 참고할 만하다고 지적한다. 벤처캐피털과 PEF 운용사는 자금 유치와 자금 운용 등 여러 측면에서 유사하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PEF를 등록하기 전 운용사의 대주주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회사 자본 등 규모는 어느 수준인지에 대한 자료를 요구한다”며 “국내는 물론 외국 주주라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법적 제재를 한다”고 말했다.
중기청 관계자는 “벤처캐피털 대주주 및 자금 투명성을 파악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며 “2011년부터 대주주 적격성 판단 내용을 담은 창업지원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오는 8월쯤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오동혁 기자 otto83@hankyung.com
국내 벤처캐피털(창업투자회사)인 S사는 싱가포르 국적의 개인 및 법인이 99%의 지분을 갖고 있다. 그러나 벤처캐피털 감독기관인 중소기업청은 S사 주주들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모른다. 벤처캐피털에 적용하는 ‘중소기업 창업지원법’에 주주 관련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서다. 중기청 관계자는 “해외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 등 투명성이 검증되지 않는 자금이 유입되는 것은 아닌지 늘 불안하지만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해외 페이퍼컴퍼니 같은 특수목적회사(SPC)가 국내 벤처캐피털에 투자할 때 정부가 자금 출처와 투자자 실체를 전혀 파악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벤처캐피털 설립 및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창업지원법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구멍 뚫린’ 중소기업 창업지원법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벤처캐피털 설립 및 운영에 대한 관리·감독은 중기청이 총괄하고 있다. 하지만 중기청은 벤처캐피털 설립 때 주주 구성과 관련한 정보를 요구할 권한이 없다.
벤처캐피털 규제 법률인 중소기업 창업지원법의 ‘구멍’ 때문이다. 현행법상 벤처캐피털은 자본금 50억원만 납입하면 대주주에 대한 상세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도 설립할 수 있다. 중기청은 대주주의 실체를 확인하지 못하더라도 자본금만 납입하면 설립 라이선스(허가)를 내줘야 한다.
그나마 벤처캐피털 주주들이 국내 개인 또는 법인일 경우 중기청은 ‘간접적으로’ 이들에 대한 확인 작업을 벌인다. 금융위원회 등 유관기관 등에 자료를 요청해 자금의 투명성과 대주주의 실체를 알아보는 방식이다.
하지만 해외 기업이 벤처캐피털 주주로 참여할 때는 ‘주주 이름’ 외의 정보는 전혀 알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에서 횡령 등 금융사고를 일으키고 해외에 도피한 개인이나 불법·탈법으로 조성된 자금으로 설립한 해외 SPC가 국내 벤처캐피털에 투자하더라도 이를 막을 장치가 사실상 없다는 지적이다.
◆PEF의 대주주 규제 참고할 만
벤처캐피털 업계에선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SPC 등 해외 주주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A벤처캐피털 대표는 “벤처캐피털이 출자받는 모태펀드의 재원은 국민 세금”이라며 “국민 돈을 운용하는 업체의 대주주가 해외 SPC 등 베일에 가려져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위원회의 감독을 받는 사모투자회사(PEF) 및 PEF 운용사에 대한 대주주 규제를 참고할 만하다고 지적한다. 벤처캐피털과 PEF 운용사는 자금 유치와 자금 운용 등 여러 측면에서 유사하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PEF를 등록하기 전 운용사의 대주주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회사 자본 등 규모는 어느 수준인지에 대한 자료를 요구한다”며 “국내는 물론 외국 주주라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법적 제재를 한다”고 말했다.
중기청 관계자는 “벤처캐피털 대주주 및 자금 투명성을 파악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며 “2011년부터 대주주 적격성 판단 내용을 담은 창업지원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오는 8월쯤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오동혁 기자 otto8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