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 코리아] 이공계 인재 초특급 모시기 경쟁…사장보다 월급 8배 주고 간신히 채용
‘경영대 출신 사장 월급 50만원, 이공대 출신 직원 월급 400만원’.

외국 명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벤처기업 A사 사장은 창업 후 고정비용 절감을 위해 급여를 최소화했다. 자신을 포함한 임직원의 월급을 모두 50만원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이런 급여로 엔지니어를 영입할 수는 없었다. 결국 8배 많은 월급에 회사 지분 10%까지 덤으로 주고서야 간신히 전자공학과 출신 개발자를 채용했다.

벤처업계에 이공대 출신 엔지니어 ‘품귀현상’이 절정에 달했다. 급여를 높여주고, 지분을 떼어줘도 좋은 인력을 찾는 것은 만만찮다. 현재 국내 벤처기업 창업자의 60%는 이공대 출신이다. 나머지(경영, 인문사회 등) 계열 출신이 설립한 회사에도 최소 한두 명의 개발자는 필수다.

A벤처기업 사장은 “시장에 실력 있는 엔지니어는 적은 데 반해 벤처기업에서의 수요는 폭발적”이라며 “공대를 졸업한 사람은 벤처기업을 창업할 수도 있고, 리스크를 지기 싫으면 넉넉한 월급과 지분을 받고 직원으로 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도 이공대 출신 투자인력을 선호하는 추세다. 지난 3월 한국벤처투자가 국내 벤처캐피털들을 대상으로 ‘심사역 채용시 선호사항’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공학계열이 57%로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상경계열(19%)보다 3배 높은 수치다.

벤처캐피털 B사 대표는 “벤처기업의 콘텐츠는 엔지니어가 창출하는 것이고, 이를 상경계 출신들이 마케팅과 영업을 통해 상품화하는 것”이라며 “전문적인 심사를 위해 전자공학과, 화학과 등을 졸업한 이공대 출신 심사역을 채용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견·대기업들도 ‘이공대 우대’에 동참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는 매년 이공대 출신 입사자가 80%를 넘어 ‘학벌은 보지 않아도 학과는 본다’는 말이 증명됐다. 코스닥시장의 경우 대표이사 389명 중 이공계열 전공자가 31.9%(2012년 말 기준)에 달한다. 반면 상경계열과 인문사회계열은 각각 25.0%와 6.4% 정도다. 벤처기업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이공대 출신들이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셈이다.

‘공대생 전성시대’가 열리면서 이공대 진학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성균관대 입학처 관계자는 “수학능력시험 성적이 상위 1% 이내에 들어 장학금을 받고 들어오는 공대생이 5년 전과 비교할 때 두 배 이상 늘었다”고 설명했다. 경희대 산업경영공학과 4학년 박우성 씨는 “공대 1~2년 선배들이 취업, 창업, 정치권 진출 등 다양한 부문으로 나가는 것을 봐왔다”며 “전공의 강점을 손에 쥔 상황에서 적성에 맞는 분야를 찾아갈 수 있다는 게 큰 메리트”라고 말했다.

오동혁 기자 otto8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