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여환섭)는 3일 회삿돈 수십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상 횡령 및 사기) 등으로 중견 건설업체 황보건설의 대표 황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황씨는 최근 수년간 분식회계를 통해 회삿돈 수십억원을 빼돌리거나 허위 서류를 작성해 금융회사에서 대출받고 이 중 일부를 비자금으로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중소 토목 건설업체인 황보건설은 주로 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의 하도급 공사를 했으나 최근 분식회계에 따른 부실 등으로 폐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최근 이 회사의 옛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회사 측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건넨 수천만원대 선물 리스트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스트에는 고가의 명품 가방과 의류, 순금 등 수천만원 상당의 물품이 10여 차례에 걸쳐 재임 당시 원 전 원장 측에 건네졌다고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1980년대부터 국정원이 발주한 공사를 수주하며 국정원 간부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황씨가 2010년 당시 국정원장이던 원 전 원장에게 접근해 거액의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원 전 원장이 2010년 7월 한국남부발전에서 발주한 삼척그린파워발전소 2공구 토목공사에 이 회사가 하도급업체로 선정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을 포착, 이모 당시 한국남부발전 기술본부장(현 사장)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또 황씨가 원 전 원장 외에도 정권 실세들에게 로비를 했을 가능성과 회사 폐업 과정에서 ‘고의 부도’ 의혹 등도 수사 중이다. 황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5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한편 검찰은 원 전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이번주 중 결정할 방침이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