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한 달간 미국 채권시장이 2010년 12월 이후 최악의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달 초 연 1.61%였던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31일 연 2.13%까지 상승(국채값 하락)했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양적완화 조기 종료 가능성을 시사한 뒤 돈이 채권시장을 빠져나가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오는 7일 예정된 미국 고용지표 발표를 주목하고 있다.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채권 투자자들은 지난달 미국 국채에서 평균 1.58%의 손실을 봤다. 회사채 등의 가격도 덩달아 내려가면서 미국 채권 종합지수는 1.62% 하락했다. 특히 ‘채권 왕’으로 불리는 빌 그로스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운용하는 2929억달러의 채권 펀드는 1.9%의 손실률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벤 버냉키 Fed 의장의 양적 완화 축소 시사 발언이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고 분석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연 4% 이상 치솟았던 미국 국채금리는 매달 850억달러를 풀어 채권을 사들이는 Fed의 양적완화로 지난해 1%대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미국 경기가 살아나면서 Fed가 채권 매입 규모를 줄이면 채권 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윌리엄 오도넬 RBS증권 전략가는 “Fed가 경기부양을 어떻게 끝낼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로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채값도 덩달아 하락하고 있다. 프랑스 국채 10년물은 지난주 0.13%포인트 올라 연 2.07%로 2% 선을 넘었으며 독일 국채 10년물도 0.07%포인트 상승했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가 유럽 국채 금리를 높여 재정위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케빈 게이너 노무라증권 글로벌자산배분팀장은 “채권 금리 상승이 세계 어떤 곳에서 파국을 불러올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채권시장의 향방은 일단 오는 7일 미 노동청이 발표하는 5월 고용지표에 좌우될 전망이다. 짐 캐런 모건스탠리 글로벌채권매니저는 “좋은 고용지표는 Fed가 조기에 채권 매입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져 국채값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5월 신규 실업자 수가 16만5000명, 실업률은 7.5%로 4월과 같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