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산업 저성장 국면…M&A 통한 '옥석 가리기' 시작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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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삼성카드
신용카드산업 업황 및 전망
신용카드산업 업황 및 전망
국내 신용카드 산업은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국내 경제의 잠재성장률 하락이 가장 큰 원인이다. 소비가 둔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신용카드 사용 인구 비율 면에서도 미국 등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월등히 높다. 시장이 더 이상 확대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신용카드산업은 1990년대 미국에서 그랬듯이 인수합병(M&A)을 통한 옥석 가리기 과정을 겪을 전망이다.
○위기의 신용카드 산업
2004~2012년 신용카드 산업 성장률(카드 사용액 기준)은 연평균 6%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6%에 불과하다. 경기 순환상 저점에 진입했다는 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둔화 속도가 가파르다.
신용카드 산업의 성장이 정체된 이유는 좀 더 구조적인 측면에 기인하며, 추세적인 이슈라고 판단한다. 우선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 보통 소비증가율은 경제성장률에 비례한다. 따라서 잠재성장률 하락은 소비 둔화를 의미한다. 2000년대 중반 7.8%에 달했던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올해 2.9%로 떨어질 전망이며, 잠재성장률도 3.8%까지 낮아졌다. 카드산업이 과거와 같은 높은 성장세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신용카드 사용 침투율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도 시장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작년 말 기준 신용카드 사용 침투율은 71.4%에 달했다. 미국 35.6%(체크카드 포함), 영국 49.5% 등 다른 국가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정부가 향후 체크카드와 같은 사회적 비용이 낮은 결제 수단을 장려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양적인 성장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신용카드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들이 나오고 있는 것도 신용카드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휴대폰 소액 결제 시스템을 들 수 있다. 모바일 결제는 가맹점의 결제기기 보급률이 극히 낮은 점을 감안할 때, 보편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하지만 올해 안에 휴대폰을 이용하는 전자 직불결제서비스가 출시될 예정이라는 게 변수다. 스마트폰의 빠른 보급과 이에 탑재된 근거리자기장통신(NFC) 활용 가능성을 감안하면 결제 수단 내에서 신용카드의 지위는 계속 도전받을 전망이다.
○M&A 기회 많아질 전망
카드산업 전체적으론 위기에 봉착했지만, 투자 관점에서 보면 역으로 위기가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M&A 이벤트의 빈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규모의 경쟁에서 탈락한 기업들은 보다 큰 기업에 흡수되거나 시장에서 사라질 전망이다. 살아남는 몇몇의 소수 기업의 경쟁력은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
현재 국내 신용카드 시장엔 총 29개의 카드회사가 난립해 있다. 삼성카드 등 상위 5개사의 시장점유율은 70.5%에 이른다. 나머지 카드사들의 평균 점유율은 1.8%에 불과하다. 이미 미국은 1990년대에 이 같은 과정을 거쳤다. 당시 M&A를 통한 대형화, 유통업체와의 제휴, 틈새시장 공략 등 다양한 생존 전략이 등장했다. 이 과정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은 높은 실적과 주가로 보상을 받았다.
M&A를 통한 기대 효과로는 규모의 경제 달성에 따른 수익성 개선을 첫번째로 꼽을 수 있다. 레버리지 상승에 따른 자본 효율성 증대, 고객 기반 확대 등도 부수 효과들이다. 특히 성장이 둔화되는 국면에서 M&A가 효율적일 수 있다. 저성장 국면에서 M&A 없이 기업 규모를 키우려면 수익성 악화를 감수해야 하고, 시간 역시 지나치게 오래 걸린다.
카드산업의 M&A를 주도할 기업이 어디일지는 두고봐야 하겠지만, 몇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 기업들이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부채비율이 낮아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신용카드사들의 레버리지 비율(기업의 타인자본 의존도를 나타내는 비율)에 대한 가이드라인으로 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비율을 6배로 제시했다.
현재 삼성카드를 제외한 카드사의 평균 비율은 4.6배다. 이에 비해 삼성카드는 2.9배여서 독보적으로 낮다. 필연적으로 금융 비용을 수반하는 M&A 거래에서 삼성카드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얘기다.
○‘최악의 시기’는 지났다
또 다른 기회 요인은 카드사들의 이익 곡선이 최악은 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카드사들의 연간 경상 이익은 크게 감소했다. 규제 강화로 가맹점 수수료가 지속적으로 인하된 데다 카드사 간 경쟁 격화로 판매관리비용이 가파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작년 12월부터 추가적으로 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추면서 올해도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올해를 저점으로 점진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상위 3개사 기준으로 지난 3년간 판관비는 판매촉진비, 서비스 혜택, 신규 회원 유치 비용을 중심으로 연평균 17.9%씩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산 증가율(10.8%)을 크게 웃돈다. 신용카드사 간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자산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비용 씀씀이가 훨씬 컸다는 얘기다.
최근 들어 카드사 간 부가 서비스 축소 등 출혈 경쟁을 지양하려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수익성은 비용 관리를 통해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미 올해 1분기 카드사들의 판관비는 전년 동기에 비해 대폭 감소했다. 수익성 개선 추세가 시작되고 있다.
향후 내수가 회복되면 카드사들의 수익성은 보다 빠르게 개선될 전망이다. 지난 3년간 내수 소비 증가율은 연평균 5.7%에 그쳤다. 정부의 부동산 거래 활성화와 가계부채 완화 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 경우 소비 여력이 증가할 것이고 이에 따른 카드사 매출 증가가 가시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위원 jaewoo79.kim@samsung.com>
○위기의 신용카드 산업
2004~2012년 신용카드 산업 성장률(카드 사용액 기준)은 연평균 6%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6%에 불과하다. 경기 순환상 저점에 진입했다는 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둔화 속도가 가파르다.
신용카드 산업의 성장이 정체된 이유는 좀 더 구조적인 측면에 기인하며, 추세적인 이슈라고 판단한다. 우선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 보통 소비증가율은 경제성장률에 비례한다. 따라서 잠재성장률 하락은 소비 둔화를 의미한다. 2000년대 중반 7.8%에 달했던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올해 2.9%로 떨어질 전망이며, 잠재성장률도 3.8%까지 낮아졌다. 카드산업이 과거와 같은 높은 성장세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신용카드 사용 침투율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도 시장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작년 말 기준 신용카드 사용 침투율은 71.4%에 달했다. 미국 35.6%(체크카드 포함), 영국 49.5% 등 다른 국가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정부가 향후 체크카드와 같은 사회적 비용이 낮은 결제 수단을 장려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양적인 성장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신용카드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들이 나오고 있는 것도 신용카드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휴대폰 소액 결제 시스템을 들 수 있다. 모바일 결제는 가맹점의 결제기기 보급률이 극히 낮은 점을 감안할 때, 보편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하지만 올해 안에 휴대폰을 이용하는 전자 직불결제서비스가 출시될 예정이라는 게 변수다. 스마트폰의 빠른 보급과 이에 탑재된 근거리자기장통신(NFC) 활용 가능성을 감안하면 결제 수단 내에서 신용카드의 지위는 계속 도전받을 전망이다.
○M&A 기회 많아질 전망
카드산업 전체적으론 위기에 봉착했지만, 투자 관점에서 보면 역으로 위기가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M&A 이벤트의 빈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규모의 경쟁에서 탈락한 기업들은 보다 큰 기업에 흡수되거나 시장에서 사라질 전망이다. 살아남는 몇몇의 소수 기업의 경쟁력은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
현재 국내 신용카드 시장엔 총 29개의 카드회사가 난립해 있다. 삼성카드 등 상위 5개사의 시장점유율은 70.5%에 이른다. 나머지 카드사들의 평균 점유율은 1.8%에 불과하다. 이미 미국은 1990년대에 이 같은 과정을 거쳤다. 당시 M&A를 통한 대형화, 유통업체와의 제휴, 틈새시장 공략 등 다양한 생존 전략이 등장했다. 이 과정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은 높은 실적과 주가로 보상을 받았다.
M&A를 통한 기대 효과로는 규모의 경제 달성에 따른 수익성 개선을 첫번째로 꼽을 수 있다. 레버리지 상승에 따른 자본 효율성 증대, 고객 기반 확대 등도 부수 효과들이다. 특히 성장이 둔화되는 국면에서 M&A가 효율적일 수 있다. 저성장 국면에서 M&A 없이 기업 규모를 키우려면 수익성 악화를 감수해야 하고, 시간 역시 지나치게 오래 걸린다.
카드산업의 M&A를 주도할 기업이 어디일지는 두고봐야 하겠지만, 몇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 기업들이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부채비율이 낮아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신용카드사들의 레버리지 비율(기업의 타인자본 의존도를 나타내는 비율)에 대한 가이드라인으로 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비율을 6배로 제시했다.
현재 삼성카드를 제외한 카드사의 평균 비율은 4.6배다. 이에 비해 삼성카드는 2.9배여서 독보적으로 낮다. 필연적으로 금융 비용을 수반하는 M&A 거래에서 삼성카드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얘기다.
○‘최악의 시기’는 지났다
또 다른 기회 요인은 카드사들의 이익 곡선이 최악은 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카드사들의 연간 경상 이익은 크게 감소했다. 규제 강화로 가맹점 수수료가 지속적으로 인하된 데다 카드사 간 경쟁 격화로 판매관리비용이 가파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작년 12월부터 추가적으로 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추면서 올해도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올해를 저점으로 점진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상위 3개사 기준으로 지난 3년간 판관비는 판매촉진비, 서비스 혜택, 신규 회원 유치 비용을 중심으로 연평균 17.9%씩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산 증가율(10.8%)을 크게 웃돈다. 신용카드사 간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자산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비용 씀씀이가 훨씬 컸다는 얘기다.
최근 들어 카드사 간 부가 서비스 축소 등 출혈 경쟁을 지양하려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수익성은 비용 관리를 통해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미 올해 1분기 카드사들의 판관비는 전년 동기에 비해 대폭 감소했다. 수익성 개선 추세가 시작되고 있다.
향후 내수가 회복되면 카드사들의 수익성은 보다 빠르게 개선될 전망이다. 지난 3년간 내수 소비 증가율은 연평균 5.7%에 그쳤다. 정부의 부동산 거래 활성화와 가계부채 완화 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 경우 소비 여력이 증가할 것이고 이에 따른 카드사 매출 증가가 가시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위원 jaewoo79.kim@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