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순우 회장 내정자 "우리금융 자회사 CEO의 거취 기준은 경쟁력"
“자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거취는 본인들이 잘 알아서 (판단)하시지 않겠습니까.”

이순우 우리금융 회장 내정자 겸 우리은행장(사진)은 29일 본지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정부의 민영화 추진에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며 “민영화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지주회사의 몸집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경영진 교체 기준은 ‘경쟁력’

이 내정자는 자회사 CEO 인사에 대해 “공적자금이 투입되거나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회사의 CEO 임기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CEO가 회사를 정상적으로 이끌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인사 기준이 될 것”이라며 “결국 우리금융 자회사 CEO들의 거취는 본인 스스로가 가장 잘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얼마 전 자신의 생각을 예로 들기도 했다. 그는 “이달 초 회장 공모에 도전할 때 만약 다른 분이 회장이 되면 자회사 CEO의 맏형으로서 가장 먼저 책임을 지겠다고 마음먹었다”며 “그게 자회사 CEO로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인터뷰] 이순우 회장 내정자 "우리금융 자회사 CEO의 거취 기준은 경쟁력"
이 내정자의 이 같은 언급은 민영화를 앞두고 자회사 경쟁력을 얼마나 강화할 수 있느냐를 잣대로 자회사 경영진 인사를 실시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금융 자회사는 13개다. 이 중 3곳의 CEO 임기가 만료됐거나 공석이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9곳 CEO 임기는 아직 남아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 내정자의 성격상 친소관계나 임기에 관계없이 경쟁력 강화를 기준으로 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회사 CEO 중 차문현 우리자산운용 사장 임기는 이달 말 끝난다. 송기진 광주은행장과 박영빈 경남은행장, 김희태 우리아비바생명 사장 임기는 내년에 돌아온다. 연임 중인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2015년이 임기 만료다. 공석인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엔 주재성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내정돼 있다.

◆“임기 단축 섭섭하지 않다”

이 내정자는 우리금융지주의 조직 슬림화에 대한 구상도 밝혔다. 그는 “민영화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지주사 역할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며 “몸집을 더 줄여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회장을 포함해 부사장 4명, 전무 1명, 상무 2명 등 8명으로 구성된 지주사 임원진도 절반가량으로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08년 당시 지주사엔 11개 부서에 100명가량의 임직원이 있었지만, 현재는 17개 부서에 150여명이 일하고 있다.

최근 이 내정자의 회장 임기가 3년에서 1년6개월(내년 12월30일까지)로 단축된 것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임기 단축이) 전혀 섭섭하지 않다”며 “정부의 민영화 의지가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그때까지 정해진 소임만 다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금융 민영화에 대해선 10년 넘게 현장에 있으면서 누구보다 절실하게 그 필요성을 느껴 왔다”며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