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취업문 여는 한경 TESAT] 통상임금과 노동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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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세진 교수의 경제학 톡 (39)
최근 언론에 통상임금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대통령이 미국 방문 중에 민원을 받은 걸 계기로 수면 위로 올라온 이 문제는 관련 소송들이 진행 중으로 판결에 따라 파장이 클 전망이다. 도대체 통상임금은 무엇이고 왜 중요할까? 문제의 발단은 통상임금의 정의가 불명확한데도 중요한 기준으로 쓰인다는 데서 비롯된다.
우리나라에는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하는 법으로 ‘근로기준법’이 있다. 통상임금은 근로기준법에 그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채 예컨대 연장, 야간, 휴일근로에 대해 지급하는 금액이 통상임금의 반이라든지, 해고 시 미리 예고하지 않으면 일정 기간 이상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든지 등 중요한 기준으로 쓰이고 있다.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따르면 통상임금은 정기적 일률적 지급액이라고 하는데, 여전히 애매해서 1988년 당시 노동부가 ‘통상임금 산정지침’을 작성했고 이에 따라 ‘기본급’으로 분류된 임금만 통상임금으로 봐왔다. 그러다 1990년대 후반부터 기본급 이외 명목의 지급액들을 통상임금으로 보는 판례가 나오면서 혼란이 시작된 것이다. 추가적 근로에 대해 통상임금의 반을 더 지급하도록 돼 있는데, 만약 현재 진행 중인 소송 결과 통상임금의 범위가 더 넓게 해석된다면 기업들은 추가적 근로에 대해 수당을 덜 지급해온 셈이기 때문에 당장 막대한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근로자 입장에서 보면 마땅히 받아야 할 수당을 부당하게 덜 받았다고 할 만한 부분이다.
관점을 달리 해서 보면 이 모든 혼란은 노동시장의 가격(임금)과 거래량(고용량)이 다른 재화나 서비스 시장에 비해 상황에 따라 신축적으로 변하기 어려운 것에서 나온다. 임금은 사회적 통념과 노동조합의 존재 등으로 오르긴 해도 잘 떨어지진 않는다. 또한 근로기준법 등 규제 역시 임금과 고용량의 경직성을 부추긴다. 이런 경직성은 노동시장의 공급자인 근로자를 보호하는 기능을 하지만, 수요자인 기업들의 경영에 부담을 주는 요소다. 통상임금 논란의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각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임금총액이 중요하지, 명목이 크게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예컨대 통상임금의 범위가 확대돼 지급해야 하는 수당이 늘어난 대신 기본급을 깎아 임금총액을 맞출 수 있다면 소송의 파장은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노동시장 경직성이 이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커질 것이고, 그럼에도 기존 고용량은 쉽게 줄일 수 없기 때문에 신규 채용을 대폭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설득력 있는 것이다.
물론 노동은 많은 사람들에게 유일한 생계원이고 생계는 인간의 존엄성 보호에도 중요한 까닭에 노동시장은 여타 시장과 다른 특수성이 있다. 이 때문에 근로기준법도 있는 것이리라. 그러나 동시에 근로기준법에 통상임금이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것은 입법부의 실수가 아니었으리라 짐작한다. 법에서 정의함으로써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경직성을 피하기 위해 ‘통상임금’이 있는 것이라면 그에 대한 해석도 경영의 신축성에 초점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
우리나라에는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하는 법으로 ‘근로기준법’이 있다. 통상임금은 근로기준법에 그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채 예컨대 연장, 야간, 휴일근로에 대해 지급하는 금액이 통상임금의 반이라든지, 해고 시 미리 예고하지 않으면 일정 기간 이상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든지 등 중요한 기준으로 쓰이고 있다.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따르면 통상임금은 정기적 일률적 지급액이라고 하는데, 여전히 애매해서 1988년 당시 노동부가 ‘통상임금 산정지침’을 작성했고 이에 따라 ‘기본급’으로 분류된 임금만 통상임금으로 봐왔다. 그러다 1990년대 후반부터 기본급 이외 명목의 지급액들을 통상임금으로 보는 판례가 나오면서 혼란이 시작된 것이다. 추가적 근로에 대해 통상임금의 반을 더 지급하도록 돼 있는데, 만약 현재 진행 중인 소송 결과 통상임금의 범위가 더 넓게 해석된다면 기업들은 추가적 근로에 대해 수당을 덜 지급해온 셈이기 때문에 당장 막대한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근로자 입장에서 보면 마땅히 받아야 할 수당을 부당하게 덜 받았다고 할 만한 부분이다.
관점을 달리 해서 보면 이 모든 혼란은 노동시장의 가격(임금)과 거래량(고용량)이 다른 재화나 서비스 시장에 비해 상황에 따라 신축적으로 변하기 어려운 것에서 나온다. 임금은 사회적 통념과 노동조합의 존재 등으로 오르긴 해도 잘 떨어지진 않는다. 또한 근로기준법 등 규제 역시 임금과 고용량의 경직성을 부추긴다. 이런 경직성은 노동시장의 공급자인 근로자를 보호하는 기능을 하지만, 수요자인 기업들의 경영에 부담을 주는 요소다. 통상임금 논란의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각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임금총액이 중요하지, 명목이 크게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예컨대 통상임금의 범위가 확대돼 지급해야 하는 수당이 늘어난 대신 기본급을 깎아 임금총액을 맞출 수 있다면 소송의 파장은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노동시장 경직성이 이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커질 것이고, 그럼에도 기존 고용량은 쉽게 줄일 수 없기 때문에 신규 채용을 대폭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설득력 있는 것이다.
물론 노동은 많은 사람들에게 유일한 생계원이고 생계는 인간의 존엄성 보호에도 중요한 까닭에 노동시장은 여타 시장과 다른 특수성이 있다. 이 때문에 근로기준법도 있는 것이리라. 그러나 동시에 근로기준법에 통상임금이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것은 입법부의 실수가 아니었으리라 짐작한다. 법에서 정의함으로써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경직성을 피하기 위해 ‘통상임금’이 있는 것이라면 그에 대한 해석도 경영의 신축성에 초점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