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대규모 시설영농사업을 벌이려는 기업과 일반 농민이 갈등을 빚고 있지만 일본은 사정이 다르다. 영농기업과 일반 농민의 역할이 다른 만큼 서로 윈-윈할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정서다.

이런 상생 원리는 일본 토마토 농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일본 내 최대 토마토 기업인 가고메는 유리온실만 40만㎡ 보유하고 있다. 동부가 가진 화성 유리온실의 네 배 규모다.

1899년 설립한 뒤 90% 이상의 토마토를 내수용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일본 농민들과 부딪히는 일은 없다. 대부분이 케첩이나 소스에 쓰이는 가공용 토마토이기 때문이다. 1967년 대만을 시작으로 미국과 호주 등으로 수출 시장도 넓혀가고 있다. 2011년에 1800억엔의 매출을 올려 일본 내 제1의 농산물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일본의 대표적 종합무역회사인 이토추그룹도 2000년대 후반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토마토 재배사업에 뛰어들었다. 1만㎡인 유리온실 면적을 계속 늘리며 사업을 확장하는 중이다.


유리온실 운영 개인·기업…네덜란드도 재정 지원

세계 1위 완성차 업체인 일본 도요타도 4만㎡ 크기의 유리온실을 운영하고 있다. 1999년 아오모리현에서 야구장 두 개 크기의 유리온실을 세워 화훼사업을 시작했고 토마토와 종자가 비슷한 파프리카 재배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들 기업은 모두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식량 자급률을 높일 수 있다면 기업이든 개인이든 지원 대상이 된다는 일본 정부의 영농정책 덕분이다.

네덜란드도 비슷하다. 네덜란드 정부는 일정 면적 이상의 유리온실을 운영하는 개인이나 기업에 재정 지원을 한다. 토마토 재배에 불리한 기후를 과학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네덜란드는 생산성만 보면 스페인을 넘어 세계 1위 수준이다. 2010년 기준으로 네덜란드는 1㎡당 연간 48.6㎏을 생산했지만 한국은 8분의 1 수준인 6.2㎏만 출하했다. 네덜란드는 대부분 유리온실에서 기업농 형태로 토마토를 생산하고 있는 데 비해 한국은 영세한 규모로 토마토를 재배하기 때문이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