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옥션이 26일 열리는 홍콩 경매에 추정가 40억~50억원으로 출품한 알렉산더 칼더의 모빌 조각.
서울옥션이 26일 열리는 홍콩 경매에 추정가 40억~50억원으로 출품한 알렉산더 칼더의 모빌 조각.
국제 미술계 ‘큰손’들이 이번 주말 홍콩에 집결한다. 미술품 경매회사 홍콩크리스티를 비롯해 한국의 서울옥션과 K옥션, 대만의 라베넬, 싱가포르의 라라사티, 홍콩의 AAAA옥션 등이 벌이는 아시아 경매 ‘빅 매치’를 위해서다. 세계 각국의 280여개 화랑이 참여하는 아트바젤 홍콩(23~26일)과 홍콩컨템퍼러리 아트페어(24~27일)도 함께 열려 이들 행사에 몰리는 돈만 5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각국 경매회사·화랑 총출동

홍콩크리스티는 오는 25~26일 홍콩컨벤션센터에서 실시하는 ‘아시아 근·현대미술’ 경매에 아시아권 미술품 695점을 내놓는다. 중국 근대화가 산유의 유화 ‘벌거벗은 두 여인’(추정가 50억~70억원)이 이번 경매 최고가에 도전한다. 장샤오강의 ‘갓난아이와 함께 있는 두 명의 동지들’(30억원), 쩡판즈의 ‘가면’(20억~30억원), 자우끼의 ‘물의 음악’(22억~25억원), 우관중의 수묵화 ‘폭포’(15억~20억원)도 새 주인을 찾는다. 한국 작가 작품으로는 백남준의 ‘초보해커’(2억8000만~4억3000만원), 홍경택의 ‘연필Ⅰ’(2억8000만~8억5000만원) 등 35점이 나온다.

서울옥션은 26일 오후 5시30분 홍콩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국내외 작품 80여점(추정가 120억원)을 경매한다. 구사마 야요이(일본)의 조각 ‘치짱과 친’(5억5000만~6억5000만원), 데이미언 허스트(영국)의 ‘점’ 시리즈(3억~4억5000만원), 웨민쥔(중국)의 ‘라이프’(1억7500만~2억6300만원), 보석 20여점(20억원) 등이 출품된다. K옥션을 비롯해 싱가포르의 라라사티, 홍콩의 AAAA옥션이 참여하는 연합경매는 25일 홍콩 르네상스 하버뷰호텔에서 열린다. 각사가 내놓은 아시아 지역 작가 작품 20~30점씩 총 80여점이 나온다.

아트바젤이 지난해 홍콩아트페어를 인수해 이름을 바꾼 ‘아트바젤 홍콩’은 아시아 최대 미술장터. 세계 최대 화랑인 가고시안갤러리, 화이트 큐브 등 35개국 240여개 화랑이 참여해 피카소, 모네, 샤갈 등 해외 거장과 한국 중국 일본 작가 등의 작품 3000여점을 전시·판매한다. 한국에서는 국제갤러리, 갤러리 인, 스케이프 등 11곳이 참여한다. 홍콩컨템퍼러리 아트페어에는 중국의 BM아트스페이스 등 8개국 화랑 40여개가 참여한다.

○국제 미술계, 홍콩 마케팅 후끈

홍콩이 이처럼 미술품 장터로 각광받는 것은 미술품 거래에 따른 세금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홍콩에서는 비거주자가 그림을 팔 경우에만 0.5%의 거래세를 물린다. 미국·유럽·화교권 슈퍼리치와 세계적인 화랑들에게 홍콩이 인기가 높은 까닭이다.

홍콩 미술시장은 유럽 재정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가 지난해부터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국제 미술계는 성장성이 높은 홍콩시장을 겨냥해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다지고 아시아 시장의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가고시안·리먼머핀(미국), 화이트 큐브·벤 브라운(영국), 페로탱갤러리(프랑스) 등 세계적인 화랑 10여곳이 홍콩에 지점을 냈고, 중국 금융계의 ‘큰손’ 류이첸, 인도네시아 부호 위더야오 등 아시아 슈퍼 리치들도 앞다퉈 고가의 미술품을 사들이고 있다.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는 “매년 5월 열리는 홍콩의 경매와 아트페어 결과는 아시아 미술시장 흐름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세계 컬렉터와 딜러들의 관심을 모은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