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이 양적완화를 통해 돈을 많이 찍어내고 있습니다. 유동성이 확대되면서 주식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브라이언 정 새리스어드바이저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o-CIO)는 “앞으로 돈이 몰릴 수 있는 곳은 주식시장밖에 남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새리스는 미국 자산운용사인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SSgA)가 60%의 지분을 갖고 있는 글로벌 재간접 헤지펀드 회사다.

다섯 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간 정 CIO는 2001년 새리스에 합류했다. 회사에서 재간접 헤지펀드 투자팀을 이끌고 있다. 그는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14일 개최한 ‘2013 한국 대체투자 서밋(ASK)’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정 CIO는 “많은 국가들이 돈을 엄청나게 찍어내고 있는데 결국 그 돈이 흘러가는 곳에서 수익이 날 수밖에 없다”며 “세계 금융위기 이후 2009~2012년에는 주식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갔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주식시장에 다시 돈이 몰리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펀더멘털(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등 기초 경제지표)에 비해 돈이 과도하게 풀린 경향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기초분석에 근거해 성장 가능성이 있는 종목을 선택하는 종전 방식만으론 더 이상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식시장의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급격히 성장한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자금이 뮤추얼펀드(주식 발행을 통해 투자금을 모아 유가증권에 투자하는 회사)에서 인덱스펀드(수익률이 주가지수에 연동되도록 구성한 펀드)로 꾸준히 흘러간 것도 이와 맥이 통한다고 했다. 어떤 종목을 선택하느냐보다 유동성 흐름을 좇아가는 게 좋은 수익을 내는 기준점이 됐다는 것이다.

정 CIO는 작년까지 괜찮은 수익을 냈던 채권시장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봤다. 그는 “2010년 고수익채권, 2011~2012년엔 자산유동화증권(ABS)과 주택저당채권(MBS)에 돈이 많이 몰렸다”며 “미국 일본 유럽 등이 양적완화를 통해 국채를 사들이면서 수익률이 2%를 밑돌고 있는 요즘 상황에선 채권 투자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에도 주의를 당부했다. 정 CIO는 돈이 과도하게 풀리면서 촉발된 ‘제로(0)금리’ 상황에서는 자산거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지나치게 고수익을 좇을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위험관리를 하면서 안정적인 투자 수익을 추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그는 “돈이 넘쳐나면서 시장 가격이 크게 뛰었는데 각국의 펀더멘털은 이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2년 내 2008년의 금융위기 상황이 재연되지 말란 법이 없다”고 했다. 여러 경기지표와 금융 상황이 금융위기 이전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정 CIO는 중(中)위험·중(中)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를 투자대안으로 제시했다. 금융위기 이후 보수적인 투자 행태를 보인 헤지펀드가 외면받았지만 재조명받을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엔 헤지펀드가 주로 위험자산에 투자한다는 오해가 있었지만 원래 헤지펀드는 주식형이나 혼합형 펀드보다 기대 수익률이 조금 떨어지는 대신 변동성을 낮춘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시장의 급변동에 대비하고 안정적인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는 헤지펀드가 갈수록 각광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에서도 헤지펀드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11년 말 한국형 헤지펀드가 도입된 후 지금까지 설정된 금액이 1조원을 넘는다. 국내 헤지펀드 대부분은 저평가 종목을 사고 고평가 종목을 파는 ‘롱쇼트(long-short) 전략’을 쓰는데, 연 10% 안팎의 수익을 내는 게 목표다. 개인이 헤지펀드에 가입하려면 최소 5억원 이상 납입해야 한다. 한 헤지펀드당 50명을 초과해 투자자를 받을 수 없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