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무늬만 벤처'는 솎아내라
“한국의 벤처는 진화에 실패했다.”

1998년 ‘벤처 붐’이 시작된 이래 한국의 벤처 기업은 굴곡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성장했다. 당시 2000여개에 불과했던 벤처기업 숫자는 2011년 2만6000개로 늘어났다. 하지만 질적으로도 성장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 10여년 동안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한 벤처 기업의 이름을 떠올리기 쉽지 않다.

《벤처의 재탄생》은 한국 벤처의 현주소를 ‘진화 실패’라고 진단한다. 나름의 균형 상태에 도달하긴 했지만 기업과 참여자 모두 작은 성과에 안주하는 ‘무력한 안정감’에 빠져 있다는 것.

따라서 벤처가 창조경제의 첨병 역할을 하려면 ‘벤처 리셋’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벤처의 본질이자 중심인 혁신성을 되찾자는 얘기다.

이를 위한 첫 번째 작업으로 현재 정부 주도로 시행 중인 ‘벤처확인제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또 벤처 활성화를 위한 해법으로 ‘차별화’를 제안한다.

신생 기업 가운데 우량 종(種)을 선별해 벤처라는 브랜드를 주고 그들을 특별하게 대접해야 한다는 것. ‘무늬만 벤처’인 기업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벤처를 다른 기업군으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창업 5년 이내의 신생 기업, 특별한 기술 역량을 가진 기업, 신성장 분야에 집중하는 기업 등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