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투자 2탄…삼성 SW인재 5만명 키운다
삼성이 ‘한국판 빌 게이츠’ 육성에 나섰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5만명에게 무료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시켜주겠다는 것이다. 모자라는 소프트웨어 인력을 스스로 키워 쓰는 한편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도 지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은 올해부터 5년간 1700억원을 들여 소프트웨어 인력 5만명을 키우고, 한 해 2000명씩 총 1만명의 소프트웨어 인력을 채용하겠다고 15일 발표했다. 이틀 전 1조5000억원을 출연해 기초과학 등에 투자하는 삼성미래기술육성연구재단 설립 계획을 밝힌 데 이은 두 번째 창조경제 프로젝트다.

○SW 전공자 등록금 지원

창조경제 투자 2탄…삼성 SW인재 5만명 키운다
이날 발표한 핵심 내용은 두 가지다. 우선 인력 양성이다. 삼성은 앞으로 5년간 대학생 1만명, 초·중·고교생 4만명 등 5만명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실시한다.

20여개 대학과 협의해 ‘소프트웨어 전문가 과정’과 ‘소프트웨어 비전공자 양성과정’을 신설한다. 과정 개설 및 교과목 운영에 필요한 돈은 삼성이 댄다. 또 전문가 과정에 선발된 학생에게는 3~4학년 등록금을 지원하고 비전공자 과정을 밟는 학생에겐 인턴실습 기회를 제공한다.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도 전국 500개 학교에 설치한다. 조기교육을 통해 빌게이츠와 같은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심어주겠다는 것이다.

채용도 대폭 확대한다. 매년 1500명 수준이던 소프트웨어 인력 채용을 올해부터 2000명 이상으로 확대한다. 5년간 삼성에서만 1만개의 소프트웨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인문계 전공자를 뽑아 6개월 교육을 시킨 뒤 채용하는 ‘삼성 컨버전스 SW 아카데미(SCSA)’ 대상자도 당초 계획은 200명이었으나 400명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SCSA 대상자는 올 상반기 공채로 처음 선발한다.

○“뽑으려도 뽑을 수가 없다”

삼성전자는 2011년 소프트 드리븐 컴퍼니(Soft Driven Company)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정보기술(IT) 산업의 패권이 휴렛팩커드 델 등 하드웨어 회사에서 애플 구글 등 소프트웨어 회사로 넘어가는 것을 보고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그해 하반기 공채부터 소프트웨어 직군인 S직군을 신설하고 대규모 채용을 시작했다. 소프트웨어 인력은 2011년 2만5000명 수준에서 작년 3만2000명으로 늘더니 현재는 3만6000명에 달한다.

그러나 일자리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이 증가했다. 작년에 국내 1만8000명, 해외 1만4000명이었던 인력은 현재는 국내 1만9400명, 해외 1만6600명으로 해외 인력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국내에선 뽑고 싶어도 뽑을 수가 없어서다. 3D 업종 취급을 받으면서 관련 전공자가 줄어서다. 1990년대 100명이 넘었던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정원이 올해 56명에 불과하다. 이동하 서울대 공대 대외협력실 팀장은 “학생들이 소프트웨어는 공부할 게 많은 데다 취업 후 근무 조건이 열악하고 업무는 과중한데 보상은 그만큼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기찬 삼성전자 인사팀장(부사장)은 “우수한 인재들이 이공계를 기피하면서 소프트웨어 인력을 구하려고 해도 턱없이 부족하다”며 “경력자들을 뽑을 경우 중소기업 인력 빼가기라고 비난받는다”고 말했다.

윤정현/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