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만난 모교 총장] "평생 직장? 평생 직업을 찾아라…전문성 쌓으면 만족도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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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환 아주대 총장·신문범 LG전자 사장
안재환 총장
취업자 60%, 4년 내 이직…저학년 때 진로 설정해야
非교과 성적표로 채용 도움
신문범 사장
스펙보다 전공 매진 우선
이공계 인재도 CEO 승진해야…기업가정신 갖춘 리더 필요
안재환 총장
취업자 60%, 4년 내 이직…저학년 때 진로 설정해야
非교과 성적표로 채용 도움
신문범 사장
스펙보다 전공 매진 우선
이공계 인재도 CEO 승진해야…기업가정신 갖춘 리더 필요
아주대의 작년 취업률은 64%로 졸업생 2000~3000명 미만인 전국 27개 대학 가운데 3위를 차지했다. 취업자들이 6개월 후에도 그 직장을 유지하는 비율인 유지 취업률은 96.1%로 전국 197개 대학 중 3위를 기록했다. 재단인 학교법인 대우학원이 지난해 학교로 보낸 전입금은 366억원으로 177개 사립대 중 12위다. 덕분에 작년 아주대의 1인당 장학금은 평균 137만원, 장학금 수혜율은 44.7%로 전국 사립대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지표는 아쉬울 것 없는 성적이다. 하지만 안재환 총장을 비롯한 아주대 교수와 교직원들은 ‘어떻게 하면 좋은 인재를 배출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항상 하고 있다.
안 총장이 ‘CEO가 만난 총장’의 대담 파트너로 신문범 LG전자 사장을 초대한 것도 이런 고민과 맥락이 닿는다. 신 사장은 인도법인 마케팅담당 부사장 시절 LG전자를 인도 가전시장 1위로 끌어올린 공로로 지난 3월 중국법인장(사장)으로 승진했다. 안 총장과 신 사장은 청년 실업과 대학 특성화, 인재 양성 등에 관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사회=청년 실업이 정년 연장과 맞물리면서 세대 간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신문범 LG전자 사장=대학의 인재 공급과 기업의 인력 수요를 세분화해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자리 수보다 너무 많이, 또는 너무 적게 인재가 배출되는 경우가 분명히 있지요. 인력 수급의 불균형을 해소하려면 대학뿐 아니라 정부와 기업도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안재환 아주대 총장=직장에 대한 만족도도 중요한 변수지요.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대졸 취업자의 60%가 4년 이내에 미취업 상태로 돌아가거나 직장을 옮긴다고 합니다. 전공과 다른 업무, 적성이나 흥미의 불일치 등이 이유인데요, 대학교 저학년 때부터 진로를 설정하고 필요한 역량을 계발하도록 대학이 도와줘야 합니다.
신 사장=젊은이들이 평생 직장보다 평생 직업의 개념을 가지면 실업 해소에 도움이 될 거라고 봅니다. 중소기업에 일자리가 많이 있지만 급여나 근로 환경 때문에 선뜻 가지 않지요. 하지만 어느 직장에서든 전문성을 쌓은 인재라면 어디서나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은 업무 전문 역량을 높이기 위해 인재 재교육에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투자해야 합니다.
안 총장=아주대 졸업생이 첫 직장을 6개월간 유지하는 유지 취업률은 작년 96.1%로 전국 3위입니다. 그 배경은 학생 스스로 진로를 설정하도록 돕는 커리어로드맵입니다. 신입생은 필수교양인 ‘진로설정과 어학역량개발’ 수업을 듣고 지도교수, 취업지원관 등과 함께 진로를 설정하죠. 2009년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후 8300명의 학생이 참여했습니다.
▷사회=기업 맞춤형 인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안 총장=‘입사하면 바로 현장에 투입 가능한 인재가 정말 좋은 인재인가’는 다시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대학이 좁은 분야에만 한정된 인재를 길러내야 할까요? 동아리나 봉사 같은 비(非)교과 활동도 좋은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합니다. 아주대는 지난 2월 졸업생을 대상으로 비교과 활동 내역을 학교에서 인증하는 비교과 성적표를 발급했습니다. 기업이 채용할 때 비교과 성적표를 보면 어떤 인재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지요. 기업 실무에 밝은 인재보다 전공 지식을 탄탄하게 다지는 게 좋다고 봅니다.
신 사장=기업도 전공을 독하게 공부한 인재를 원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학점을 높이고 해외 어학연수 1년 다녀오면 취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LG전자의 기본 채용 방향은 전공에 충실한 학생입니다. 학점 높이려고 쉬운 과목 골라 듣는 것도 인사 담당자들이 꼼꼼하게 살펴봅니다. 대학과 기업이 전공 수업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대해 정기적으로 세미나를 갖고 조정하는 제도도 도입할 만합니다.
▷사회=2018년이면 고교 졸업생이 대학 정원을 밑돕니다. 대학이 살아남는 길은 특성화뿐이라고 하는데요.
안 총장=인터넷 시대, 모바일 시대 등에 걸맞은 학문과 기술을 제공할 새로운 학과를 빠르게 개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주대는 국내에서 가장 일찍 미디어학과, e-비즈니스학과, 문화콘텐츠학과, 소프트웨어융합학과 등을 만들었습니다.또 각자 전공 전문가들이 모여 사업단 형태로 융합 학문을 연구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봅니다. 아주대는 에너지 분야에서 세계적인 미국 조지메이슨대와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스트럭처 연구소’를 공동으로 개설합니다. 이 연구소는 두 대학의 공대, 법대, 사회과학대 교수들까지 참여해 원자력을 비롯한 에너지 시스템과 관련 인프라, 사이버 보안 등 에너지 위기 관리까지 전반적인 연구를 진행합니다.
신 사장=정부, 대학, 기업이 협의체를 만들면 어떨까 합니다. 정부 대학 기업 모두 대한민국이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 고민할 것입니다. 인재 육성 주체들이 모여서 미래 산업의 메가트렌드를 함께 고민하고 그 안에서 한국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산업은 무엇인가를 도출해내는 중장기적인 발전 전략을 짜보는 거죠. 이 전략 아래에서 특정 전공 인력이 몇 명이나 필요한지, 관련 특성화 대학은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 세부 계획도 함께 세우면 대학 특성화부터 미래 먹거리 고민까지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이공계 인재 육성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안 총장=아주대는 입학 정원 1961명 중 65%가 이공계입니다. 그런데 이 부분이 학교의 고민입니다. 국내 4년제 대학 졸업생이 1년에 30만명 가까이 나오는데, 37%인 19만명가량이 이공계입니다. 하지만 전체 일자리 중 이공계 몫은 20%가 채 안 됩니다. 좋은 이공계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학은 이공계 인재들에게 소통 능력을 키워줘야 합니다. 거의 모든 프로젝트가 팀 단위로 진행되기 때문이지요.
신 사장=기업 입장에서는 이공계 인재를 더 많이 뽑는 것은 물론이고 이공계 인력이 경영진으로 승진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공계 인력에게 전문성을 활용하는 것은 물론 회사 경영 전반을 살피는 능력도 길러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려면 전문성과 범용성을 겸비할 수 있는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개발해야겠지요.
▷사회=미래를 이끌 리더는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합니까.
안 총장=지성인이라면 사려 깊은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양극화가 심해진다는 것은 부족하고 나약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재능이 많다고 리더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 꼭 필요한 인재는 소외된 곳과 어려운 이웃을 살피는 배려심이 있어야 합니다.
▷신 사장=자원도 부족한 한국이 전 세계와 경쟁하려면 용기 있게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이 필요합니다. 기업가 정신을 갖춘 리더는 실전에서 나옵니다. 기업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 도전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업가의 노력이 정당하게 평가받고, 기업가가 사회에 공헌하는 측면도 부각됐으면 좋겠습니다.
정리=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사회 / 박기호 지식사회부장
■ 안재환 총장은
경기고·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에서 재료공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987년부터 아주대 공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2011년 14대 총장에 선임됐다.
■ 신문범 사장은
신일고·아주대 기계공학과(73학번)를 나와 1978년 현대건설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1986년 금성사(현 LG전자)로 이직해 HA(가전)사업본부장 등을 거쳐 지난 3월 중국법인장(사장)을 맡았다.
지표는 아쉬울 것 없는 성적이다. 하지만 안재환 총장을 비롯한 아주대 교수와 교직원들은 ‘어떻게 하면 좋은 인재를 배출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항상 하고 있다.
안 총장이 ‘CEO가 만난 총장’의 대담 파트너로 신문범 LG전자 사장을 초대한 것도 이런 고민과 맥락이 닿는다. 신 사장은 인도법인 마케팅담당 부사장 시절 LG전자를 인도 가전시장 1위로 끌어올린 공로로 지난 3월 중국법인장(사장)으로 승진했다. 안 총장과 신 사장은 청년 실업과 대학 특성화, 인재 양성 등에 관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사회=청년 실업이 정년 연장과 맞물리면서 세대 간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신문범 LG전자 사장=대학의 인재 공급과 기업의 인력 수요를 세분화해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자리 수보다 너무 많이, 또는 너무 적게 인재가 배출되는 경우가 분명히 있지요. 인력 수급의 불균형을 해소하려면 대학뿐 아니라 정부와 기업도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안재환 아주대 총장=직장에 대한 만족도도 중요한 변수지요.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대졸 취업자의 60%가 4년 이내에 미취업 상태로 돌아가거나 직장을 옮긴다고 합니다. 전공과 다른 업무, 적성이나 흥미의 불일치 등이 이유인데요, 대학교 저학년 때부터 진로를 설정하고 필요한 역량을 계발하도록 대학이 도와줘야 합니다.
신 사장=젊은이들이 평생 직장보다 평생 직업의 개념을 가지면 실업 해소에 도움이 될 거라고 봅니다. 중소기업에 일자리가 많이 있지만 급여나 근로 환경 때문에 선뜻 가지 않지요. 하지만 어느 직장에서든 전문성을 쌓은 인재라면 어디서나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은 업무 전문 역량을 높이기 위해 인재 재교육에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투자해야 합니다.
안 총장=아주대 졸업생이 첫 직장을 6개월간 유지하는 유지 취업률은 작년 96.1%로 전국 3위입니다. 그 배경은 학생 스스로 진로를 설정하도록 돕는 커리어로드맵입니다. 신입생은 필수교양인 ‘진로설정과 어학역량개발’ 수업을 듣고 지도교수, 취업지원관 등과 함께 진로를 설정하죠. 2009년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후 8300명의 학생이 참여했습니다.
▷사회=기업 맞춤형 인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안 총장=‘입사하면 바로 현장에 투입 가능한 인재가 정말 좋은 인재인가’는 다시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대학이 좁은 분야에만 한정된 인재를 길러내야 할까요? 동아리나 봉사 같은 비(非)교과 활동도 좋은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합니다. 아주대는 지난 2월 졸업생을 대상으로 비교과 활동 내역을 학교에서 인증하는 비교과 성적표를 발급했습니다. 기업이 채용할 때 비교과 성적표를 보면 어떤 인재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지요. 기업 실무에 밝은 인재보다 전공 지식을 탄탄하게 다지는 게 좋다고 봅니다.
신 사장=기업도 전공을 독하게 공부한 인재를 원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학점을 높이고 해외 어학연수 1년 다녀오면 취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LG전자의 기본 채용 방향은 전공에 충실한 학생입니다. 학점 높이려고 쉬운 과목 골라 듣는 것도 인사 담당자들이 꼼꼼하게 살펴봅니다. 대학과 기업이 전공 수업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대해 정기적으로 세미나를 갖고 조정하는 제도도 도입할 만합니다.
▷사회=2018년이면 고교 졸업생이 대학 정원을 밑돕니다. 대학이 살아남는 길은 특성화뿐이라고 하는데요.
안 총장=인터넷 시대, 모바일 시대 등에 걸맞은 학문과 기술을 제공할 새로운 학과를 빠르게 개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주대는 국내에서 가장 일찍 미디어학과, e-비즈니스학과, 문화콘텐츠학과, 소프트웨어융합학과 등을 만들었습니다.또 각자 전공 전문가들이 모여 사업단 형태로 융합 학문을 연구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봅니다. 아주대는 에너지 분야에서 세계적인 미국 조지메이슨대와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스트럭처 연구소’를 공동으로 개설합니다. 이 연구소는 두 대학의 공대, 법대, 사회과학대 교수들까지 참여해 원자력을 비롯한 에너지 시스템과 관련 인프라, 사이버 보안 등 에너지 위기 관리까지 전반적인 연구를 진행합니다.
신 사장=정부, 대학, 기업이 협의체를 만들면 어떨까 합니다. 정부 대학 기업 모두 대한민국이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 고민할 것입니다. 인재 육성 주체들이 모여서 미래 산업의 메가트렌드를 함께 고민하고 그 안에서 한국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산업은 무엇인가를 도출해내는 중장기적인 발전 전략을 짜보는 거죠. 이 전략 아래에서 특정 전공 인력이 몇 명이나 필요한지, 관련 특성화 대학은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 세부 계획도 함께 세우면 대학 특성화부터 미래 먹거리 고민까지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이공계 인재 육성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안 총장=아주대는 입학 정원 1961명 중 65%가 이공계입니다. 그런데 이 부분이 학교의 고민입니다. 국내 4년제 대학 졸업생이 1년에 30만명 가까이 나오는데, 37%인 19만명가량이 이공계입니다. 하지만 전체 일자리 중 이공계 몫은 20%가 채 안 됩니다. 좋은 이공계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학은 이공계 인재들에게 소통 능력을 키워줘야 합니다. 거의 모든 프로젝트가 팀 단위로 진행되기 때문이지요.
신 사장=기업 입장에서는 이공계 인재를 더 많이 뽑는 것은 물론이고 이공계 인력이 경영진으로 승진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공계 인력에게 전문성을 활용하는 것은 물론 회사 경영 전반을 살피는 능력도 길러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려면 전문성과 범용성을 겸비할 수 있는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개발해야겠지요.
▷사회=미래를 이끌 리더는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합니까.
안 총장=지성인이라면 사려 깊은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양극화가 심해진다는 것은 부족하고 나약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재능이 많다고 리더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 꼭 필요한 인재는 소외된 곳과 어려운 이웃을 살피는 배려심이 있어야 합니다.
▷신 사장=자원도 부족한 한국이 전 세계와 경쟁하려면 용기 있게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이 필요합니다. 기업가 정신을 갖춘 리더는 실전에서 나옵니다. 기업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 도전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업가의 노력이 정당하게 평가받고, 기업가가 사회에 공헌하는 측면도 부각됐으면 좋겠습니다.
정리=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사회 / 박기호 지식사회부장
■ 안재환 총장은
경기고·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에서 재료공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987년부터 아주대 공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2011년 14대 총장에 선임됐다.
■ 신문범 사장은
신일고·아주대 기계공학과(73학번)를 나와 1978년 현대건설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1986년 금성사(현 LG전자)로 이직해 HA(가전)사업본부장 등을 거쳐 지난 3월 중국법인장(사장)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