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규제폭탄 속에 뭘 푼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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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
머리에 쥐가 날 판이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과 귀로 듣는 말이 정반대니 그렇다. 바로 규제완화 문제다.
투자와 고용 확대를 위해 규제를 적극 풀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얼마 전 미국에서 가졌던 재계 총수들과의 첫 간담회에서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원칙 허용, 예외 금지)으로 확실하게 풀겠다고 밝힌 것만 봐도 그렇다. 앞서 지난 1일 청와대 무역투자진흥회의 때에 이어 강한 의지를 거듭 천명한 것이다. 그러나 국회가 거대한 규제덩어리인 경제민주화 법들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규제폭탄과 정부 규제완화가 양립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도대체 무슨 규제를 푼다는 것이냐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
혼란에 빠진 정부, 가시빼기만
이런 혼란 속에 관련부처들의 행보는 어정쩡하기만 하다. 국회 입법과정에서 문제가 됐던 법안을 정부가 막았던 것도 없다. 개정 하도급법, 개정 유해물질관리법, 정년 60세 연장법 등은 사실상 해당 부처의 비호 아래 탄생했다. 대기 중인 30여개 경제민주화 법안들도 비슷한 경로를 밟을 것이다. 규제완화를 어떻게 하겠다는 비전도 없다. 대통령 면전에서 발표됐던 에쓰오일 공장 증설이나 의료관광 숙박시설 건립 같은 방안들조차 얼마나 진전됐는지 알 수 없다. 뭐라도 나오려면 대통령이 참석하는 다음 회의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 모를 일이다.
규제완화를 총괄하는 총리실이 중소기업과 영세상공인들을 위해 개선과제 130개를 내놓기는 했다. 그렇지만 PC방, 만화방에서 컵라면 판매를 허용하는 수준으로는 어림없다. 몸통에 박힌 대못을 놔두고 손톱 밑 가시를 빼주는 꼴이다. 기획재정부도 다를 게 없다. 경제정책의 큰 틀을 짜야 할 부서가 벤처나 중소기업 지원에 목을 매는 모양새다. 현오석 부총리는 보이지 않는다. 추경예산이 국회를 통과한 지도 오래됐는데 그렇다. 부총리제를 왜 부활했는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새누리당에 대해 별로 기대할 게 없는 탓에 눈총은 더욱 따갑다.
실제 새누리당은 규제완화 같은 경제활성화 대책을 관련부처와 협의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의원들이 공부는 안 하고 시류만 따라간다고 이한구 원내대표가 한탄하는 정도다. 국회의원도 국회를 말리지 못하는 형국이 돼 간다.
기업 몰아세워 경제 살아나겠나
이러는 동안 경제는 시들어 간다. 토지 자본 노동, 그리고 경영이라는 기본적인 생산요소 가운데 어느 하나 좋아질 게 없다. 수도권 등의 토지와 공장 규제는 성역처럼 돼 있고, 자본의 고도화는 ‘고용 없는 성장’으로 외면당한다. 기업과 경영인들은 아차 하면 과징금 세 배에 배임죄 아니면 손해배상제로 징벌에 처해질 처지다. 이런 속에서 임금코스트는 급증할 전망이다. 통상임금 확대, 정년 60세 연장에다 근로시간 단축, 대체휴일 확대 같은 법안들이 예정돼 있다. 일하는 시간은 줄고 임금은 올라가니 노동생산성 저하는 당연한 귀결이다.
결국 대통령에게 달렸다. 경제를 활성화한다면 국정기조를 그 방향에 맞춰야 한다.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라고 기업을 몰아가서 될 일이 아니다. 물론 참모들도 적극 나서야 한다. 대통령이 돌아가는 사정을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참모들 책임일 뿐이다. 경제가 어디로 가려고 이러느냐고 개탄하는 목소리가 커져 간다. 북한이 사고를 치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느냐는 소리까지 나온다. 국정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징후들이 한둘이 아니다. 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석 달도 안됐다.
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
투자와 고용 확대를 위해 규제를 적극 풀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얼마 전 미국에서 가졌던 재계 총수들과의 첫 간담회에서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원칙 허용, 예외 금지)으로 확실하게 풀겠다고 밝힌 것만 봐도 그렇다. 앞서 지난 1일 청와대 무역투자진흥회의 때에 이어 강한 의지를 거듭 천명한 것이다. 그러나 국회가 거대한 규제덩어리인 경제민주화 법들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규제폭탄과 정부 규제완화가 양립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도대체 무슨 규제를 푼다는 것이냐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
혼란에 빠진 정부, 가시빼기만
이런 혼란 속에 관련부처들의 행보는 어정쩡하기만 하다. 국회 입법과정에서 문제가 됐던 법안을 정부가 막았던 것도 없다. 개정 하도급법, 개정 유해물질관리법, 정년 60세 연장법 등은 사실상 해당 부처의 비호 아래 탄생했다. 대기 중인 30여개 경제민주화 법안들도 비슷한 경로를 밟을 것이다. 규제완화를 어떻게 하겠다는 비전도 없다. 대통령 면전에서 발표됐던 에쓰오일 공장 증설이나 의료관광 숙박시설 건립 같은 방안들조차 얼마나 진전됐는지 알 수 없다. 뭐라도 나오려면 대통령이 참석하는 다음 회의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 모를 일이다.
규제완화를 총괄하는 총리실이 중소기업과 영세상공인들을 위해 개선과제 130개를 내놓기는 했다. 그렇지만 PC방, 만화방에서 컵라면 판매를 허용하는 수준으로는 어림없다. 몸통에 박힌 대못을 놔두고 손톱 밑 가시를 빼주는 꼴이다. 기획재정부도 다를 게 없다. 경제정책의 큰 틀을 짜야 할 부서가 벤처나 중소기업 지원에 목을 매는 모양새다. 현오석 부총리는 보이지 않는다. 추경예산이 국회를 통과한 지도 오래됐는데 그렇다. 부총리제를 왜 부활했는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새누리당에 대해 별로 기대할 게 없는 탓에 눈총은 더욱 따갑다.
실제 새누리당은 규제완화 같은 경제활성화 대책을 관련부처와 협의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의원들이 공부는 안 하고 시류만 따라간다고 이한구 원내대표가 한탄하는 정도다. 국회의원도 국회를 말리지 못하는 형국이 돼 간다.
기업 몰아세워 경제 살아나겠나
이러는 동안 경제는 시들어 간다. 토지 자본 노동, 그리고 경영이라는 기본적인 생산요소 가운데 어느 하나 좋아질 게 없다. 수도권 등의 토지와 공장 규제는 성역처럼 돼 있고, 자본의 고도화는 ‘고용 없는 성장’으로 외면당한다. 기업과 경영인들은 아차 하면 과징금 세 배에 배임죄 아니면 손해배상제로 징벌에 처해질 처지다. 이런 속에서 임금코스트는 급증할 전망이다. 통상임금 확대, 정년 60세 연장에다 근로시간 단축, 대체휴일 확대 같은 법안들이 예정돼 있다. 일하는 시간은 줄고 임금은 올라가니 노동생산성 저하는 당연한 귀결이다.
결국 대통령에게 달렸다. 경제를 활성화한다면 국정기조를 그 방향에 맞춰야 한다.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라고 기업을 몰아가서 될 일이 아니다. 물론 참모들도 적극 나서야 한다. 대통령이 돌아가는 사정을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참모들 책임일 뿐이다. 경제가 어디로 가려고 이러느냐고 개탄하는 목소리가 커져 간다. 북한이 사고를 치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느냐는 소리까지 나온다. 국정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징후들이 한둘이 아니다. 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석 달도 안됐다.
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