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만나는 어린이 그리고 문화] 16편. 영화로 읽어보는 어린이들의 놀이문화



머글세계에서 온 해리…



‘해리포터’가 처음 이 세상에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은 매우 흥분하였다. 어린이들이 좋아할 법한 소재일지 몰라도 그 내용은 모두가 감탄할 정도의 짜임새와 구성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모 없이 이모네 집에 얹혀 살던 해리가 어느날 마법 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만나게 된 마법사들의 세계는 어린이들의 마음뿐 아니라 성인들의 상상력을 부추기기 시작하였다.



영화 속 해리의 모습을 보면, 주인공 해리에게도 마법세계는 놀라움 그 자체이다. 해리에게 마법세계가 낯선 이유는 해리는 머글세계 즉 인간세계에서 온 이방인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해리가 빗자루를 처음 타고 날 때, 부엉이를 선물받을 때 그리고 지팡이를 새로 샀을 때 우린 마치 영화 속 해리가 된 듯 이 신기한 마법의 세계를 바라보고 있다.



머글 : 영화 ‘해리포터’에서 마법을 부릴 수 없는 일반 ‘인간’을 지칭하는 용어 머글세계 : 인간들이 사는 세계



마법세계의 어린이들



놀이를 하면서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때론 너무나 학구적이고 철학적이어서 과학자나 철학자들의 머리 속을 들여다 보는 듯 하다. 그리고 또 다른 날의 놀이를 보면, 2~3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친구의 손짓 하나에도 재미있다며 끊임없이 웃기만 하는 날도 있다. 때론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면서 교사가 하자고 제안한 일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자신들의 일에 열중할 때도 있다.



이런 아이들을 보면, 신체적으로 성장이 끝난 어른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그들만이 공유하고 있는 문화가 있는 것일까?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마법?)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니?”라고 물어보고 싶지만, 교사의 호기심이 놀이를 멈추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나는 메모들과 사진들을 찍으며 기록으로 남겨 본다. 혹시나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다른 이들과 함께 이야기해 보면 그들은 아이들의 마음을 더 잘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그리고 몇 몇 학부모분들 중에서도 마치 나처럼 자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고 상담을 해 오기도 하고, 이런 기록들을 보고 자신의 호기심이 풀렸다고 말하기도 한다. 아이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 그 이야기들을 적어보며 느끼는 건 아이들은 순식간에 자신들의 놀이 문화나 룰을 만든다는 것이다.



누가 정해놓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걸 읽어내는 또래 아이들에게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기 다 자라고 성장한 우리들의 사고방식으로 어린이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읽어낸다는 것은 새로운 배움이 필요한 작업일 것이다.



하지만, 희망을 버릴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이해하려는 자세 그리고 그것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열린 마음만 있다면, 어린이들이 공유하고 있는 그들만의 문화에 우리도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머글 세계에서 온 해리와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의 놀이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자 들여다 보자.



마법의 아파트 : 어린이들의 문화코드 인정하기



담임 교사와 승희 그리고 민후의 대화를 들으며 그림을 끄적이던 아이들 7명은 그날 마치 약속이나 한듯이 자기가 사는 집 층수 찾기 시작하더니 ‘아파트’ 그림들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똑같이 그린 그림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같은 그림을 그려 놓고는 모두 다른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담임교사 : 그걸 다음 날도 또 그리더라구요. 그거 그려서 집에 들고 가고….

그런데 재미있는 건 다 똑같이 그린거 같지만, 자기가 사는 집을 더 예쁘게

그려요. 얘는 2층에 사는데 그래서 그런지 2층 색이 더 예쁜거 같아요

자세히 보면 아이들 마다 포인트가 있어요. 귀여워요.



아이들이 그린 그림들을 모아서 집으로 보내야 하는 담임 교사로서 모든 아이들이 똑같은 그림을 그린다고 다르게 그려보자고 했다면 아마 이런 이야기들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들에 대해 귀엽다고 말하는 담임 교사를 보며 나는 마음 한 편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



나는 담임교사에게… “선생님~ 지금 아이들이 자신들만의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에요~ 지금 아파트라는 똑같이 보이는 그림을 그려놓고, 그 안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장난치듯 약간 꾸며낸 이야기와 실제 사실들 그리고 아파트라는 공간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이야기들을 끌어내서 말하고 있어요. 참 재미있네요. 그리고 선생님이 똑같은 그림 그린다고 아이들에게 한 마디라도 했다면 아마 아파트 그림 그리기는 지금처럼 유행하지 않았을 거 같아요.”라고 이야기 하였다.



그 이후 아이들은 비슷한 그림들을 함께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새로운 그림 자체보다 비슷한 그림을 그리곤 그것에 대해서 새로운 의미를 이야기로 만들어 내서 설명하듯 말 해준다. 옆에 아이가 그린 그림을 보고 나도 비슷한 기법을 그려 넣고, 그것에 또 영감을 받은 옆에 아이가 또 영감을 받아 비슷하지만 자신의 해석이 들어간 또 다른 그림을 그려 나간다.



아이들은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유사한 그림을 그려 나가며 비슷하지만 다른 그림과 유사하지만 조금 다른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면서 말이다. 그림과 스토리 텔링이 동시에 일어나는 이 놀이문화는 똑같은 나이를 가진 옆반이나 또 다른 유치원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이 교실에 있는 특별한 승희, 민후, 채영, 민주, 재민, 서영, 수인이에 의해서 고안된 놀이문화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인의 잣대로 아이들이 똑같은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창의적이지도 새롭지도 않다고 여겨졌다면, 이 놀이는 이 교실에서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성인들은 어린이들의 세계에 있어서 머글이라는 점을 잊으면 안될 것이다. 아이들이 규정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확실히 성인들과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머글 세계에서 온 해리가 마법 세계를 이해해 간 것처럼 어른들도 끊임없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아이들을 바라본다면, 아마 아이들은 우리에게 더 놀라운 마법들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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