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회의원들이 공부는 안하고 유행만 따라간다”고 쓴소리를 했다. 물론 여야 의원 모두를 두고 한 발언이다. 특히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을 향해 기본적인 자세가 안 돼 있다고 질책했다. 당론을 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념적 차이는 차치하고라도 내용 자체를 모르는 의원들 때문에 의견을 모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한탄이다. 작년 대선 승리부터 박근혜정부가 안착할 때까지 국회 인사청문회, 정부조직법 개정, 그리고 얼마 전 폐회한 4월 임시국회 등 굴곡 많은 현장을 지켰던 그다. 원내대표를 내려놓는 시점이니 많은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국회는 경제민주화를 표방한 법안을 대량 생산하는 중이다.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징벌하겠다는 개정 하도급법, 유해물질 사고 때 해당 사업장 매출의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개정 유해물질관리법 등이 그렇다. 여기에 매출전망이 틀리면 엄벌한다는 프랜차이즈법 개정안,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해 기업을 전방위적으로 감시하겠다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은 6월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런 법안이 30여개나 되는 판이다. 하나같이 위헌 소지에다 과잉처벌이란 비판을 받는 악법들이다. 과연 이런 법안들을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알고나 있는지 의문이지만, 여야 없이 찍어내기 경쟁이다. 각 정당들은 국회가 끝나자마자 우리가 이런 법 개정을 해냈다는 플래카드를 걸어놓고 정치선전을 벌이고 있다.

결국 예정됐던 코스다. 시장경제와 기업활동의 자유를 파괴하는 것을 민주화라고 불렀던 때부터 벌어질 일이었다.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정치논리의 볼모가 돼 버린 데 따른 결말이다. 장관 출신과 경제학 박사학위를 가진 교수 출신 장관들도 함몰돼 가는 중이다. 이한구 원내대표가 이런 정치를 개탄하지만 남의 탓으로 돌릴 일도 아니다. 정권을 잡았다고 안도하고 끝날 일은 더더욱 아니다. 인민주의적 속성을 가진 경제민주화를 들고 나왔던 것이 문제였다. 국회가 일을 하지 않게 말려야 할 판이다. 한국 정치가 천민 민주주의에 빨려들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