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적으로 발레를 배운 것은 아니어서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 망설였죠. 작품을 안무한 제임스 전 선생님(서울발레시어터 예술감독)이 ‘젊은 춤꾼은 하기 힘든 역할’이라며 적극 권하시고 제 느낌대로 표현할 여지를 주겠다고 하셔서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더 늦기 전에 무용수로서 무대에서 행복한 순간을 만끽하고 싶기도 했고요.”
1998년 초연된 ‘현존’은 서울발레시어터의 대표 레퍼토리로 젊은 날의 방황과 성장 등을 익숙한 록 음악에 맞춰 뮤지컬 느낌으로 표현했다. 박호빈은 방황하는 젊은이들을 이끄는 ‘보스’로 나온다.
“몸이나 동작이 아닌 젊은 무용수들이 표현할 수 없는 분위기와 연륜을 보여줘야 합니다. 오리지널 안무에 저만의 춤스타일과 경험을 접목해 보스의 캐릭터를 잘 살려 보겠습니다.”
그는 지난 3월 중순부터 과천시민회관 서울발레시어터 연습실에 나와 공연 연습과는 별도로 발레 클래스(발레 기본 동작을 연습하는 것)를 따라 하고 자전거를 타는 등 ‘무용수의 몸’을 만들어 왔다.
“비중 있는 역할로 큰 무대에 서는 것는 오랜만이어서요. 연습 초기엔 체력적으로 힘들었는데 이젠 버틸 정도는 됩니다. 몸무게가 4~5㎏ 줄고 뱃살도 쪽 빠졌어요.하하.”
그가 2003년 창단한 ‘까두’는 지난해 3월 이후 ‘휴업’ 상태다. 현대무용단으로는 보기 드물게 매년 30회 이상 공연했고 대한민국무용대상 우수상 등 상도 많이 받았지만, 만성적인 적자 구조에서 헤어나지 못해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민간 무용단이 살아남기 힘든 외부 환경 요인이 가장 컸죠. 그런 점에서 이번에 민간 무용단의 ‘롤 모델’인 서울발레시어터의 체계적인 공연 제작 시스템을 경험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올 하반기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내년 봄에 잘 만든 ‘까두’ 작품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