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중앙은행(RBA)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연 2.75%로 인하했다.

RBA는 7일 열린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연 2.75%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호주 기준금리가 3% 밑으로 떨어진 것은 1960년 1월(연 2.89%) 이후 53년 만이다. 당초 시장에선 RBA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했다고 이날 블룸버그통신과 마켓워치 등은 보도했다.

글렌 스티븐스 RBA 총재는 “물가상승률 목표치 유지와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란 과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선 지금이 기준금리를 낮출 적절한 시기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또 “수년째 이어진 호주달러 강세로 수출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호주의 올해 1분기 물가상승률은 2.5%로, RBA의 목표치인 2~3% 내에 있다.

호주가 이 같은 조치를 단행한 이유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원자재 수요가 줄어 주력 산업인 광산업이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호주의 3월 실업률은 5.6%로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호주 소매판매도 전월보다 0.4% 감소, 시장 예상치인 0.1% 증가를 크게 밑돌았다.

호주달러 가치는 달러당 0.8~0.9호주달러대 후반을 기록, 2009년 이후 3년 만에 약 60% 상승했다. 호주 제조업체들은 호주달러 강세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최근 RBA에 기준금리 인하를 강력히 요구해왔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과 일본, 유럽에 이어 호주도 양적완화 대열에 합류하면서 각국의 유동성 풀기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미 지난 2일 기준금리를 연 0.5%로 0.25%포인트 내렸고, 인도 중앙은행(RBI)도 3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춘 연 7.25%로 결정했다. RBI는 “선진국들의 양적완화에 따른 경상수지 적자와 물가상승률 급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사진)가 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추가로 낮출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주목된다.

드라기 총재는 이날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한 강연회에서 “필요하면 다시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 따른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서도 면밀히 분석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