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窓] 외국인은 돌아올 준비가 돼있다
외국인의 한국주식 순매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 원인을 두고 뱅가드그룹의 벤치마크 변경과 같은 일시적 수급에서 한국경제의 구조적 취약성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다. 심지어 한국경제가 냄비 속의 개구리와 같다고 걱정한다. 주식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외국인이 올해 들어 5조8000억원의 주식을 내다 팔았고 4월 순매도 금액이 전월에 비해 더욱 늘어났기 때문이다. 4월 하순 스위스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들을 수 있었다.

예상대로 북한 리스크에 대한 질문이 가장 많았다.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른 채 국제적 이슈에 대한 단순한 궁금증을 포함해 한반도의 지정학적 의미, 미국과 중국 간 역학관계, 경제지원용 협상 카드와 같이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의견도 있었다. 인식의 정도는 다르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북한 리스크가 한국 투자를 결정하는 유일한 변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북한 리스크로 주가가 하락하면 좋은 주식을 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하는 투자자도 많았다.

외국인투자자도 다양한 위험태도, 목표수익률, 투자기간을 가지고 있다. 한국과 관련해 일부 걱정거리가 있다 해도 그것이 외국인 전체의 의사결정을 좌우한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외국인이 한국을 버렸다든가, 한국주식을 모두 판다든가 하는 극단적 차원의 현상은 감지되지 않았다.

외국인이 정작 고민하는 것은 한국기업의 이익창출 능력과 경제의 장기 성장동력이 훼손되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특히 엔저와 중국경기 둔화로 한국기업이 지난 5년간 보여준 이익성장 기조가 얼마나 약화될 것인지 걱정하고 있다.

많은 외국인이 올해 들어 주가 상승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한국기업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 특히 한국기업의 주가가 일본, 동남아 기업에 비해 얼마나 투자매력이 있는지 분석하고 있다. 4월 하순에 필자가 만난 외국인투자자들은 기업이익 전망이 개선된다면 언제든 돌아올 준비가 돼 있었다.

김영호 <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