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 마법'에 혈색도는 日 경제
도쿄에 사는 미용사 가나이 나쓰코(29)는 지난 3월 미국 하와이로 여행을 떠나던 날 비행기를 타자마자 어안이 벙벙했다. 빈 좌석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예전 같으면 해외 여행을 갈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뉴스에서만 보던 아베노믹스의 힘을 비로소 실감했다”고 말했다. 여행사들도 호황이다. 일본 여행사 ANA세일즈는 1인당 80만엔(약 900만원) 이상의 고가로 내놓은 패키지여행 상품의 예약이 올해 9월까지 꽉 찼다.

◆‘아베의 마법’, 내수시장 활기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공격적 경기부양책)가 본격 시행된 지 4개월여 만에 일본 민간 내수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각종 경기지표가 이를 방증한다. 일본의 3월 가계 소비지출은 2인 이상 가구 기준으로 평균 31만6166엔을 기록, 전년 동기보다 5.2% 늘었다. 이 같은 증가 폭은 2004년 2월 이후 9년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미즈호연구소의 다카타 하지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인들이 더 이상 자국 물가가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왕성한 소비야말로 아베노믹스의 첫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실업률도 4년4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3월 일본 실업률은 전월 대비 0.2%포인트 낮아진 4.1%였다. 2008년 11월 이후 최저치다. 주택시장도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일본 주택 신규 착공은 7만1456채로 전년 동기보다 7.3% 증가했다. 예상치였던 5.5% 증가를 크게 웃돈 것이다.

일본 아동복업체 마메르의 후케 가즈노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아베노믹스가 진짜 효력을 발휘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분명한 것은 일본 내에서 ‘뭔가 새로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긍정적 기운이 솟아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국채금리는 ‘아킬레스건’

아베노믹스가 계속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국채금리 상승이라는 딜레마에 빠진 탓이다. 일본은행은 국채 매입을 통해 사실상 무제한적으로 유동자금을 풀고 있다. 이 자금이 아베노믹스를 위한 ‘실탄’ 역할을 한다. 일본은행의 의도대로라면 국채 가격이 오르고, 금리는 내려가야 한다. 그러나 현재 일본 국채금리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일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현재 연 0.6%대로, 지난달 초 0.3%대까지 떨어졌다가 반등한 상태다. 투자자들이 제로금리에 가까운 일본 국채 대신 일본 증시와 해외 자산 등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어서다.

일본 국채금리에 연동해 움직이는 일본 주요 은행들도 대출금리를 슬금슬금 올리고 있다. 미쓰비시도쿄UFJ와 미즈호은행,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리소나은행 등 4대 은행은 1일부터 주택 대출금리(10년 고정)를 0.05% 인상, 연 1.4% 수준으로 올렸다. 최근 7개월 만에 최고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은행 대출금리가 오르면 사람들이 자금 수요에 부담을 느껴 오히려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부작용이 올 수 있다”며 “국채 시장의 딜레마 해결이 정부와 중앙은행의 가장 큰 과제”라고 전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이미아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