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투자 활성화 등을 명분으로 수도권 규제완화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상공인들이 ‘지방의 희생 속 수도권 살찌우기’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가 추진 중인 수도권 자연보전권역에 4년제 대학 이전을 허용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 개정’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1일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 개정안을 상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수도권 규제완화 대책을 발표한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수도권 규제의 핵심 법안으로, 개정안이 처리되면 수도권 자연녹지 내 대학의 신증설이 가능해진다. 정부는 이 밖에도 산업집적 및 공장증설활성화법과 수질 및 수생태계보전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 작업도 추진하는 등 그동안 수도권 과밀화를 억제하기 위해 묶어 놓았던 법안들의 무더기 개정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될 경우 지역의 젊은 인재와 산업시설을 빨아들이는 수도권 블랙홀 현상이 불보듯 뻔하다고 지역은 반발하고 있다.

부산시는 30일 오후 정부의 수도권 기업 활동규제 완화 움직임과 관련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외면하는 수도권 규제 완화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부산시는 이날 대변인 발표를 통해 “지방정부는 새 정부의 국정과제인‘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촉진’을 굳게 믿고 있다”며 “정부는 수도권의 질적 발전과지방정부의 동반성장을 위한 ‘지역경제 활성화 및 지역균형발전 대책’을 반드시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시는 “정부의 수도권 기업활동 규제 완화 대책이 가시화되면 수도권과 지방간 격차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정부와 국회가 범국민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수도권 규제 완화를 위해 관련 법령의 제·개정을 시도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부산·울산·경남 상공회의소도 29일 수도권 규제완화 반대와 지역균형발전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부산상공회의소 조성제 회장, 울산상의 김철 회장, 경남상의연합 최충경(창원상의 회장 겸임) 회장은 민간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빌미로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밝혔다. 수도권에 공장 신증설이 확대될 경우 그동안 대기업 유치와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 등을 통해 지역경제 발전에 힘썼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돼 지역경제가 몰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