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산운용이 상장지수펀드(ETF) 보수를 또 다시 인하한 가운데 운용사들의 공격적인 ETF 보수인하 경쟁이 '제살 깎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중호 동양증권 선임연구원은 30일 '보수 인하가 ETF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일부 자산운용사를 시작으로 한 보수인하가 ETF 업계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며 "하지만 이러한 결정이 아무런 효용이 없다면 치킨게임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TF 보수인하는 지난해 9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KINDEX 200'을 비롯한 8개 ETF의 운용 보수를 낮추면서 촉발됐다.

설정액 기준으로 업계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비롯해 시장을 가장 먼저 선점한 삼성자산운용도 ETF 보수를 추가로 낮추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삼성자산운용은 내달 2일부터 KODEX 200의 보수를 연 0.35%에서 0.26%로 내린다고 이날 또 밝혔다.

우리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 등도 ETF 보수인하에 동참하면서 총 8개 상품 중 5개 운용사의 상품이 보수를 인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연구원은 "TIGER, KOSEF, KStar 등 ETF가 보수인하로 인해 소폭이나마 설정액이 증가했다"며 "그러나 그 추세는 장기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대부분 설정 증가가 타 운용사의 설정을 빼앗기보다는 시장에 신규로 진입한 투자자를 유인하는 용도로 많이 활용됐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타 운용사도 보수 인하 대열에 동참했기 때문에 이러한 효과가 더욱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못한 것"이라며 "결국 ETF 보수 인하의 단기적인 효과는 명확하나 장기적인 펀드의 설정 증감은 보수와 별개로 나타났다"고 했다.

특히 코스피200 레버리지 ETF의 경우 보수 인하폭은 훨씨 크지만, 영향은 더 미미했다고 지적했다. 레버리지 ETF는 단기 상품이라는 인식이 강해 보수에 덜 민감한데다 거래량 유동성이 기존 코스피200 ETF보다 KODEX나 TIGER 등 특정 운용사 ETF에 집중돼 있다는 것.

이 연구원은 "ETF 시장 자체가 2개 운용사에 집중돼 있다 보니 나머지 회사에 의한 보수절감 노력이 실제 시장에서 연결될 수 있는 고리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그는 "결국 ETF 보수 인하는 효과가 장기적이지 못하고, 거래량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다"며 "향후 시장의 상품화 노력을 반감시킬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