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쇼핑 쉽게 하는 앱…기업가치 400억 인정 받아
패러다임 못 읽으면 망해
스마트폰 초기화면을 다양한 테마로 꾸밀 수 있는 응용프로그램인 런처는 사용자 개성을 표현하거나 스마트폰을 편리하게 이용하는 데 쓰인다. 지난 26일 선보인 ‘브라이니클’은 스마트폰 초기화면에서 바로 쇼핑할 수 있는 독특한 런처다.
이 런처가 유통업계에서 새로운 사업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이 서비스를 만든 브라이니클은 출시 전에 기업가치 400억원을 인정받아 한국투자증권과 소리바다의 투자를 유치했다. 국내 유명 유통업체는 자사 마트에서 판매하는 알뜰폰에 이 런처를 사전 탑재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오텍 그만두고 런처 개발
안종오 브라이니클 대표(40)는 “백화점 1층에 화장품·잡화, 2층에 여성의류 등이 있는 것처럼 좌우로 넘길 수 있는 스마트폰 화면에 의류 쇼핑몰, 게임 등을 배치하자고 생각했다”며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접속할 필요 없이 바로 초기화면에서 살 수 있어 소비자 접근성을 눈에 띄게 개선했다”고 말했다.
안 대표가 이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은 지난해 초였다. 관련 서비스나 특허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발 빠르게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섰다. 국내외 특허 및 국제특허(PCT) 30여건을 출원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하기 위해 지난해 여름 인프라웨어 자회사인 디오텍 사장을 그만뒀다.
데모 소프트웨어가 만들어진 뒤에는 국내 유명 백화점과 홈쇼핑 업체를 찾아갔다. 안 대표는 “유통업체는 따로 개발비용을 들일 필요 없이 입점만 하면 되기 때문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한 홈쇼핑은 휴대폰에 자사 쇼핑몰 페이지를 포함한 이 런처를 탑재한 뒤 공짜로 나눠주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다운로드 횟수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올린 지 하루 만에 10만건을 넘어섰다. 안 대표는 “현재는 쇼핑몰만 입점해 있지만 오는 6월께 메시징 서비스, 게임 등을 넣어 플랫폼으로 꾸밀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1997년부터 IT창업 외길
안 대표는 브라이니클 런처가 패러다임 변화를 고민한 끝에 탄생하게 된 소프트웨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1세대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으로 코스닥 상장회사인 인프라웨어의 공동 창업자다. 그는 “1997년 설립된 인프라웨어는 원래 피처폰용 인터넷 브라우저를 만들던 회사였다”며 “탄탄한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안정적으로 국내 이동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에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다가 2010년 처음으로 위기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당시 매출이 전년 대비 10% 줄어 260억원대로 떨어졌다.
스마트폰 시장의 급성장 때문이었다. 회사는 서둘러 스마트폰용 모바일 오피스로 주력사업을 전환해 성공을 거뒀지만 이 사건이 안 대표에게 남긴 의미는 컸다. 그는 “아무리 좋은 기술도 사라지는 것을 그때 봤다”며 “(피처폰) 업계 꼴등이 죽고 1등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1등부터 꼴등까지 모두 죽었다”고 회고했다.
안 대표는 “패러다임을 읽는 것이 기술 자체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빠르게 창업을 결심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24세이던 1997년부터 정보기술(IT)분야 창업 외길을 걸어온 그는 “이번 사업이 잘못되면 그간 쌓았던 경력에 타격이 올 수 있지만 개발 기간 내내 재미있었다”며 “사업에 확신이 있고 재미가 있으면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는 게 재창업의 이유”라고 말했다.
김보영 /김태훈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