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남성과 한국 남성의 가장 큰 차이는 화장을 하느냐 안 하느냐는 거예요.”

러시아 출신 여성 이리나는 최근 한 유튜브 전용 채널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한국 남성들이 비비크림을 바르는 게 신기하고 이상하다”는 게 그의 얘기다. 하지만 한국 남성 화장품 시장은 세계가 주목하는 시장이다. 확장 속도가 워낙 빠르고 소비자의 눈이 높아 글로벌 화장품 업체들 사이에서는 남성 화장품의 ‘테스트 마켓’으로 통한다.

로레알그룹의 남성 화장품 세계 1위 브랜드 비오템옴므는 클렌저 토너 모이스처라이저 3단계 라인업을 한국 남성들 덕분에 탄생시킬 수 있었다. 한국 남성들이 “아내의 화장품은 다양한데 남성 제품은 왜 이렇게 단순하냐”며 세분화된 화장품 제조를 인터넷 등을 통해 요청한 게 계기가 됐다. 비오템옴므 글로벌 본사에서는 “신제품 아이디어를 확보하고 출시 테스트를 하는 작업은 한국 시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패트릭 쿨렌버그 글로벌 사장)는 얘기가 나온다.

남성용 화장품 브랜드 ‘SK-Ⅱ멘’을 보유한 P&G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국P&G 관계자는 “고급 남성 화장품 시장에서 한국이 큰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해 SK-Ⅱ멘을 2011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며 “P&G 본사 차원에서 남성 스킨케어 흐름을 파악할 때 한국을 기준점으로 삼는다”고 말했다.

‘선수’들 사이에서 먼저 인정받은 한국의 남성 화장품 시장은 이제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 BBC는 지난해 말 한국 남성 화장품 시장에 대한 내용을 기획기사로 상세하게 전했다. BBC는 ‘한국 남성들이 피부관리와 사랑에 빠지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 남성들 사이에 불고 있는 화장 열풍과 군대 위장크림 등을 소개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