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세 청년 조석래 효성 회장
“7시간 동안 회의를 주재하셨어요. 예전보다 더 정정하신 듯해요.”

요즘 효성 직원들 사이에서 조석래 회장의 왕성한 활동이 화제다. 1935년생인 조 회장은 2년 후면 팔순이지만 고령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열정적으로 현안을 챙기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사례가 분기 실적발표 직전에 열리는 경영 점검회의다. 다음달 초 1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효성은 최근 2주일 동안 조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마포 본사 대회의실에서 마라톤 회의를 열었다. 경기 안양의 그룹 연수원에서 3일 만에 끝내던 관행을 깬 것이다.

경영 점검회의는 20개 사업부별 담당 임원과 주요 간부들이 분기 실적과 향후 사업 전망을 보고하는 자리다. 작년만 해도 하루에 6~7개 사업부씩 연수원으로 내려가 조 회장에게 사흘 동안 경영 성과를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는 일정이 2주일로 늘면서 하루 평균 2개 사업부씩 ‘집중 점검’을 받았다.

한 직원은 “예전에 2시간 만에 보고가 끝났던 한 사업부는 이번엔 7시간 동안 회장님과 직접 머리를 맞대고 경영전략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섬유와 산업자재 등은 비교적 선방 중이지만 중공업 부문이 2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도 회의가 길어진 이유 중 하나다. 돌파구 찾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라 그룹 수장이 직접 나서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는 것이다.

조 회장은 2010년 7월 담낭에서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임기를 8개월 남긴 채 전국경제인연합회장에서 물러났다. 고령이라 회사 안팎에선 걱정하는 시각이 많았지만 이듬해 2월 공식 활동을 재개했다. 지난 24일부터 이틀간 열린 한일경제인회의도 한일경제협회장 자격으로 참석해 공식 행사를 모두 소화했다.

‘어르신’의 분주한 행보에 최근 회사 내에서 후계구도 얘기는 쑥 들어갔다. 지난 2월 말 둘째 아들 조현문 부사장(44)이 중공업 부문장을 내놓고 회사를 떠난 이후 장남 조현준 사장(45)과 3남 조현상 부사장(42) 중 누가 주도권을 잡을 것인지를 놓고 각종 ‘설(說)’이 난무했다.

조현문 부사장의 효성 주식 처분으로 조 회장 일가의 지분율이 30% 아래로 떨어진 후 나머지 두 아들이 잇따라 주식을 사들이자 지분 확보 경쟁이 벌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한 직원은 “회장님이 2주일 내내 장시간 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든 사업부 실적을 챙겼다는 소식에 후계 얘기가 뚝 끊겼다”고 말했다.

최근 효성 경영진은 직원들에게 회사 안팎에서 후계 구도에 대한 발언을 자제하도록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