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변죽만 울린 국제모터스포츠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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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열 문화부 기자 philos@hankyung.com
“다음달 18~19일 한국의 전남 영암에서 열 예정이던 ‘슈퍼GT(그랜드투어링카·장거리 여행용 고성능 자동차)코리아 올스타’를 연기한다.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이 대회를 연기하기로 한국의 슈퍼GT코리아조직위원회와 합의했다.”
지난 18일 일본의 그랜드투어링카협회(GTA)는 한국 대회를 연기한다는 내용을 홈페이지에 띄웠다. 슈퍼GT코리아조직위가 지난 12일 경기 운영요원과 자원봉사자 선발을 완료했다고 발표한 지 6일 만이자, 개막일을 한 달 남겨둔 시점이다. GTA가 총괄 운영하는 슈퍼GT는 유럽의 국제자동차연맹(FIA)GT, 독일의 투어링카 마스터스와 함께 세계 3대 그랜드투어링카 레이스로 꼽힌다.
GTA가 대회 연기를 결정하자 곳곳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국내 최대 모터스포츠 대회인 ‘CJ헬로모바일 슈퍼레이스’ 관계자는 “사전 이벤트 경주로 슈퍼레이스를 준비했는데 대회 연기로 올해 일정이 꼬여버렸다”고 했다. 영암과 목포 지역 상공인도 울상을 짓고 있다. 한 지역민은 “영암 현대호텔이 200여객실을 모두 슈퍼GT에 빌려줬는데, 대회가 연기돼 예약자를 다시 찾고 있다”고 말했다. 대회 기간 동안 관람객 등 7만여명이 찾을 것이라던 지역 경제인들의 ‘슈퍼GT 특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설명이다.
GTA는 대회 연기의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한 모터스포츠업계 관계자는 “GTA가 슈퍼GT코리아조직위에서 개최권료의 일부를 미리 받았지만, 엔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으로 한국에서 지출할 비용이 늘어난 것으로 안다”며 “후원사를 한 곳도 구하지 못한 슈퍼GT코리아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느껴 대회 연기가 결정된 것 같다”고 말했다.
GTA는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의 3대 자동차업체가 설립한 단체다. 반면 한국의 대기업은 국내 모터스포츠 대회 주최는커녕 후원사로 나서기조차 꺼린다. 대기업이 아닌 개인이나 군소업체가 국제대회를 유치하다 보니 자금 조달과 마케팅 능력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선 국제대회 주최자의 재정 자격을 엄격히 심사해야 한다. 대기업이 참여하지 않고서는 국내 모터스포츠 발전은 어려운 일이다”는 한 모터스포츠 전문가의 발언을 곱씹어 볼 만하다.
서기열 문화부 기자 philos@hankyung.com
지난 18일 일본의 그랜드투어링카협회(GTA)는 한국 대회를 연기한다는 내용을 홈페이지에 띄웠다. 슈퍼GT코리아조직위가 지난 12일 경기 운영요원과 자원봉사자 선발을 완료했다고 발표한 지 6일 만이자, 개막일을 한 달 남겨둔 시점이다. GTA가 총괄 운영하는 슈퍼GT는 유럽의 국제자동차연맹(FIA)GT, 독일의 투어링카 마스터스와 함께 세계 3대 그랜드투어링카 레이스로 꼽힌다.
GTA가 대회 연기를 결정하자 곳곳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국내 최대 모터스포츠 대회인 ‘CJ헬로모바일 슈퍼레이스’ 관계자는 “사전 이벤트 경주로 슈퍼레이스를 준비했는데 대회 연기로 올해 일정이 꼬여버렸다”고 했다. 영암과 목포 지역 상공인도 울상을 짓고 있다. 한 지역민은 “영암 현대호텔이 200여객실을 모두 슈퍼GT에 빌려줬는데, 대회가 연기돼 예약자를 다시 찾고 있다”고 말했다. 대회 기간 동안 관람객 등 7만여명이 찾을 것이라던 지역 경제인들의 ‘슈퍼GT 특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설명이다.
GTA는 대회 연기의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한 모터스포츠업계 관계자는 “GTA가 슈퍼GT코리아조직위에서 개최권료의 일부를 미리 받았지만, 엔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으로 한국에서 지출할 비용이 늘어난 것으로 안다”며 “후원사를 한 곳도 구하지 못한 슈퍼GT코리아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느껴 대회 연기가 결정된 것 같다”고 말했다.
GTA는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의 3대 자동차업체가 설립한 단체다. 반면 한국의 대기업은 국내 모터스포츠 대회 주최는커녕 후원사로 나서기조차 꺼린다. 대기업이 아닌 개인이나 군소업체가 국제대회를 유치하다 보니 자금 조달과 마케팅 능력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선 국제대회 주최자의 재정 자격을 엄격히 심사해야 한다. 대기업이 참여하지 않고서는 국내 모터스포츠 발전은 어려운 일이다”는 한 모터스포츠 전문가의 발언을 곱씹어 볼 만하다.
서기열 문화부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