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설비투자 2009년 금융위기 때보다 '위축'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금융위기 때보다 더 위축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1일 ‘과소투자 고착화’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의 성장 둔화와 내수 경기 회복 지연으로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됨에 따라 설비투자 침체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구원은 2000년 이후 경제위기가 발생하기 이전에 투자가 가장 가파르게 늘었던 분기와 위기가 발생한 해 설비투자지수가 가장 낮았던 분기를 비교했다. 2012년에는 별다른 위기가 없었음에도 3분기 설비투자지수는 -6.5%로 직전 고점이던 2010년 2분기에 비해 38.5%포인트 낮았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보다 더 좋지 않은 결과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 지수(-21.9%)는 직전 고점이던 2007년 2분기와 비교하면 34.9%포인트 낮았다. 카드 사태가 일어났던 2003년 3분기도 닷컴 버블로 투자가 활발했던 1999년 4분기와 비교하면 차이가 15.3%포인트에 불과했다.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설비투자가 최근 국내총생산(GDP) 규모에 비해 너무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GDP 규모에 비해 약 19조원을 덜 투자했다는 것이 연구원의 분석이다. GDP를 기준으로 산정한 투자 부족액은 2009년(25조1153억원)보다는 낫지만, 1998년 외환위기(14조4333억원) 당시와 비교하면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강조했다.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글로벌 경제 회복이 더뎌지면서 전기·전자기기, 석유·화학제품 제조업 등 설비투자를 많이 하던 산업이 타격을 받은 탓”이라며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의 투자심리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