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과 날줄] 情이 필요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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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소자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마음을 전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
같은 죄 짓지 않게 함께 도왔으면"
이승하 시인·중앙대 교수 shpoem@naver.com
마음을 전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
같은 죄 짓지 않게 함께 도왔으면"
이승하 시인·중앙대 교수 shpoem@naver.com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재소자 문예작품을 심사하고 있다. 법무부 교정본부에서는 전국에 있는 교도소와 소년원의 창살 안에서 재소자들이 웅크리고 앉아서 쓴 시와 수필, 독후감 등을 심사해 ‘새길’이라는 책자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몇 년째 안양교도소와 영등포구치소(남부구치소), 춘천교도소 등에 가서 재소자 교정사업에 미력하게나마 힘을 보탠 결과 이번에는 ‘꿈과 희망이 있는 교정으로’라는 교정 문예지 창간호의 문학상 심사까지 하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지난 몇 년 동안 내가 만난 재소자들이 100명이 넘는다. 폭력범, 경제사범 정도는 이제는 언제 봐도 웃으며 얘기를 나눌 수 있게 됐다. 마약사범 중에서도 마약중독자, 성폭력범 중에도 아동성폭력범은 얼굴이 흉악하게 생겼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선량하게 생긴 ‘이웃집 아저씨’의 얼굴을 하고 있다. 시를 가르치고 인문학의 세계로 인도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대화를 나눠보면 대다수가 정말 겸손하고 어떤 이는 박학다식하다. 이런 사람이 10년 안팎의 형기를 살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지만 어쩌랴, 법의 심판을 받고 있는 것을.
재소자들이 쓴 문예작품 중에 콧잔등을 시큰하게 할 만큼 감동적인 것들이 있다. 장애아 딸을 둔 아버지의 수필이 잊히지 않는다. 태어난 첫날부터 아내는 딸을 안고 울고 또 운다. 잠을 자다 깨어보면 아내가 갓난아이를 안고 침대 끝에 걸터앉아 소리 죽여 울고 있는 것이었다. 아내는 어느 날 이런 이야기를 한다.
“하느님이 한 아이를 세상에 보내야 하는데, 어느 집에 보내야 가장 사랑을 받으며 예쁘게 자랄 수 있을까 살펴보다가 우리 부부를 발견하고 우리 딸을 보내주신 거예요. 처음엔 너무도 원망했어요. 그런데 이젠 원망하지 않아요. 당신과 나는 이 애를 위해 선택된 존재예요. 우리에게 주어진 이 신성한 사명을 기쁨으로 감당하기로 해요.”
영화건 소설이건 이보다 더 감동적인 장면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이 글의 필자는 장애아 딸을 통해 어느 누구의 생명도 존엄하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이 아이가 나의 딸이라는 인연으로 세상에 나왔지만 오히려 나를 변화시킨 소중한 생명의 인연으로 영원히 나와 함께할 거라고 말한다.
30대 재소자가 쓴 수필도 감동적이었다. 그녀의 늙은 아버지는 두 시간이 넘는 거리를 면회 와서는 매번 울고만 가는 것이었다. 7분 면회 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매번 5분 만에 돌아가는 아버지. “밥은 먹었니?” “춥진 않고?” “어디 아픈 데는 없니?” 이 세 마디만 하고 수번을 가슴에 붙이고 수의를 입은 딸을 보며 우는 아버지.
보육원에서 자라면서 이유 없이 형들에게 맞다가 우울증에 대인기피증 환자가 됐고, 결국 세상에 대한 분노를 폭발시켜 전과자의 길로 가는 경우는 또 얼마나 가슴 아픈 사연이었는지.
춘천교도소에서였다. 쉬는 시간에 대화를 나눠보니 식견이 거의 학자 수준이어서 전직이 뭐였냐고 조심스레 물어보았더니 정년퇴임한 대학교수였다. 퇴직금을 보태 사업을 시작했다 빚을 졌고, 빚을 제날짜에 갚지 못해 사기범으로 재판을 받아야 했던 것이다. 이런 이들을 전과자라고 손가락질한다면, 그 손가락질이 바로 이들을 재범자로 만든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바깥세상 사람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다. 정이다.
교정사업의 첫 번째 목표는 재범 방지에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곧 자신을 만나는 행위이다.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죄를 깊이 뉘우치고 다시는 같은 죄를 짓지 않을 결심을 하게 하는 것, 그것이 시를 이용한 교정 프로그램의 궁극적인 목표다.
여러 해 교도소의 철문 출입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출소 후에도 책을 가까이하고 글로써 자신의 희로애락을 털어놓게 되면 다시는 같은 범죄를 저질러 이곳에 오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이가 한 분이라도 더 있기를 바라며 나는 내일도 차비 정도만 받고 이 난감한 일을 계속할 작정이다.
이승하 < 시인·중앙대 교수 shpoem@naver.com >
지난 몇 년 동안 내가 만난 재소자들이 100명이 넘는다. 폭력범, 경제사범 정도는 이제는 언제 봐도 웃으며 얘기를 나눌 수 있게 됐다. 마약사범 중에서도 마약중독자, 성폭력범 중에도 아동성폭력범은 얼굴이 흉악하게 생겼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선량하게 생긴 ‘이웃집 아저씨’의 얼굴을 하고 있다. 시를 가르치고 인문학의 세계로 인도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대화를 나눠보면 대다수가 정말 겸손하고 어떤 이는 박학다식하다. 이런 사람이 10년 안팎의 형기를 살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지만 어쩌랴, 법의 심판을 받고 있는 것을.
재소자들이 쓴 문예작품 중에 콧잔등을 시큰하게 할 만큼 감동적인 것들이 있다. 장애아 딸을 둔 아버지의 수필이 잊히지 않는다. 태어난 첫날부터 아내는 딸을 안고 울고 또 운다. 잠을 자다 깨어보면 아내가 갓난아이를 안고 침대 끝에 걸터앉아 소리 죽여 울고 있는 것이었다. 아내는 어느 날 이런 이야기를 한다.
“하느님이 한 아이를 세상에 보내야 하는데, 어느 집에 보내야 가장 사랑을 받으며 예쁘게 자랄 수 있을까 살펴보다가 우리 부부를 발견하고 우리 딸을 보내주신 거예요. 처음엔 너무도 원망했어요. 그런데 이젠 원망하지 않아요. 당신과 나는 이 애를 위해 선택된 존재예요. 우리에게 주어진 이 신성한 사명을 기쁨으로 감당하기로 해요.”
영화건 소설이건 이보다 더 감동적인 장면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이 글의 필자는 장애아 딸을 통해 어느 누구의 생명도 존엄하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이 아이가 나의 딸이라는 인연으로 세상에 나왔지만 오히려 나를 변화시킨 소중한 생명의 인연으로 영원히 나와 함께할 거라고 말한다.
30대 재소자가 쓴 수필도 감동적이었다. 그녀의 늙은 아버지는 두 시간이 넘는 거리를 면회 와서는 매번 울고만 가는 것이었다. 7분 면회 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매번 5분 만에 돌아가는 아버지. “밥은 먹었니?” “춥진 않고?” “어디 아픈 데는 없니?” 이 세 마디만 하고 수번을 가슴에 붙이고 수의를 입은 딸을 보며 우는 아버지.
보육원에서 자라면서 이유 없이 형들에게 맞다가 우울증에 대인기피증 환자가 됐고, 결국 세상에 대한 분노를 폭발시켜 전과자의 길로 가는 경우는 또 얼마나 가슴 아픈 사연이었는지.
춘천교도소에서였다. 쉬는 시간에 대화를 나눠보니 식견이 거의 학자 수준이어서 전직이 뭐였냐고 조심스레 물어보았더니 정년퇴임한 대학교수였다. 퇴직금을 보태 사업을 시작했다 빚을 졌고, 빚을 제날짜에 갚지 못해 사기범으로 재판을 받아야 했던 것이다. 이런 이들을 전과자라고 손가락질한다면, 그 손가락질이 바로 이들을 재범자로 만든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바깥세상 사람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다. 정이다.
교정사업의 첫 번째 목표는 재범 방지에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곧 자신을 만나는 행위이다.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죄를 깊이 뉘우치고 다시는 같은 죄를 짓지 않을 결심을 하게 하는 것, 그것이 시를 이용한 교정 프로그램의 궁극적인 목표다.
여러 해 교도소의 철문 출입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출소 후에도 책을 가까이하고 글로써 자신의 희로애락을 털어놓게 되면 다시는 같은 범죄를 저질러 이곳에 오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이가 한 분이라도 더 있기를 바라며 나는 내일도 차비 정도만 받고 이 난감한 일을 계속할 작정이다.
이승하 < 시인·중앙대 교수 shpoem@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