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대신 양심 택한 데이비스, 첫날 선두
3년 전 미국 PGA투어 ‘더 헤리티지’에서였다. 브라이언 데이비스(영국·사진)가 짐 퓨릭(미국)과 연장전을 벌이던 중 두 번째 샷이 해저드로 들어갔다. 다행히 샷이 가능해 데이비스는 세 번째 샷을 홀 5.5m 지점에 떨궜다. 그때 데이비스는 경기위원을 부르더니 자신이 백스윙할 때 클럽 헤드가 해저드 안의 풀에 닿았다고 털어놓았다. 해저드에서 플레이할 때 그 안에 흩어져 있는 나뭇가지나 풀, 돌 등 ‘루스 임페디먼트’를 건드리면 안 된다는 룰을 위반한 것. 경기위원은 그에게 2벌타를 주었고, 우승컵은 퓨릭에게 넘어갔다. 데이비스 자신만이 알 수 있는 룰 위반이었지만 그는 우승컵 대신 양심을 택했다.

데뷔 6년 만에 찾아온 우승 기회를 양심과 맞바꿨던 데이비스가 공교롭게도 같은 대회에서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할 발판을 마련했다. 그는 19일(한국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힐튼헤드아일랜드 하버타운 골프링크스(파71·7101야드)에서 열린 대회 첫날 6언더파 65타를 쳐 2위와 1타 차 단독 선두에 나섰다.

데이비스는 그 사건 이후 지금까지도 우승컵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는 “항상 (자진 벌타를 받은) 그 얘기 나와서 이 대회에서 다른 뭔가를 하고 싶다”며 “스코어나 실수에 신경쓰지 않고 그냥 플레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주 마스터스에서 애덤 스콧(호주)과 막판 우승 경쟁을 다퉜던 호주 선수 제이슨 데이와 마크 레시먼이 4언더파를 쳐 2타 뒤진 공동 4위에 올랐다. 데이는 마스터스 마지막날 15번홀까지 4타를 줄이며 단독 선두를 달리다 16번과 17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적어내 3위로 마쳤고 레시먼은 공동 4위를 차지했다.

재미교포 리처드 리(25)는 3언더파 공동 7위, 최경주(SK텔레콤) 배상문(캘러웨이) 이동환(CJ오쇼핑)은 1언더파 공동 31위로 첫날을 마쳤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