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원을 사칭한 대출 사기 혐의로 지명수배된 범인이 편의점을 털고 종업원을 협박하다 경찰에 덜미를 붙잡혔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4일부터 9일까지 3회에 걸쳐 강서구 화곡동 일대 편의점에 들어가 혼자 있는 종업원을 칼로 위협하고 현금 등 70만원 상당을 빼앗은 혐의(특수강도)로 홍모씨(34)를 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홍씨는 4일 새벽 4시경 화곡동에 있는 인더라인 편의점에 남자 종업원이 혼자 있는 것을 발견하고 소지하고 있던 과도로 종업원을 위협해 현금 40만원을 빼앗아 도주했다. 이후 빼앗은 돈을 여관비와 유흥비 등으로 탕진한 홍씨는 또 다시 편의점 범죄를 계획했다. 범인은 9일 새벽 2시경 화곡동 CU편의점에서 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한 시간 뒤 최초범행을 저질렀던 편의점을 지나던 홍씨는 앞서 돈을 빼앗았던 종업원이 또 혼자 근무하는 것을 보고는 다시 들어가 현금 15만원과 삶은 계란, 담배 등의 물건을 훔쳐 달아났다.

조사결과 홍씨는 지난해 경기도 수원, 강원도 춘천 등에서 시중은행에서 근무한다고 사칭해 대출 수수료를 챙긴 혐의로 경찰에 지명수배가 내려진 상태였다. 홍씨는 경찰의 눈을 피해 강서구와 영등포구 일대 여관과 찜질방 등에서 숨어 지내 오던 중,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홍씨의 추가범죄도 드러났다. 범인은 지난해 7월부터 8월까지 3회에 걸쳐 현재 구치소에 수감 중인 공범 석모씨(32)와 함께 렌트카를 절취했고 양천구 신월동에서 술에 취해 길을 가는 여성을 상대로 강도행각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홍씨가 인더라인 편의점 범행 이후 종업원이 신고하지 못하게 자신의 휴대폰으로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협박한 사실을 알고, 휴대폰 위치추적을 통해 영등포동 여관에 숨어있는 범인을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통 편의점 탈취범의 경우 빠른 시간 내에 범행을 저지르고 사라지는데 홍씨는 약 40분을 머무르며 편의점 CCTV모니터 선을 자르는 등 여유롭게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