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제가 생각하는 경제민주화는 대기업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게 아니라, 대기업 스스로 국민과 중소기업의 눈높이에 맞춰 사회에 대한 신뢰를 높여가는 것”이라고 18일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으면서 “오늘 뉴스에서도 있었지만, 대기업이 스스로 중소기업에 일감나누기를 시작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이 17일 광고·물류 분야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대폭 줄이고, 해당 거래를 중소기업 등 외부 업체에 개방하기로 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박 대통령은 또 TV 예능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 등을 예로 들며 창조경제 실현을 주문했다. 개그콘서트 제작 PD가 업무보고에 참석해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자, “개그콘서트가 14년이라는 긴세월 동안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비결을 들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창의적인 콘텐츠들이 결국은 실패와 다양성을 보장하는 시스템에서 나왔다는 평가가 인상적이었다”며 “우리 사회도 개개인의 창의성이 잘 발휘될 수 있고 실패하더라도 몇 번이고 도전하고 성공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수 싸이의 신곡 ‘젠틀맨’을 거론하면서 “모든 부가가치를 결정짓는 핵심이 되는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산업 육성에 더욱 매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또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를 예로 들며 “창의적 인재 양성, 그리고 참신한 아이디어와 열정만으로도 도전이 가능한 건강한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를 실현해야 할 필요성과 관련, “고용 없는 성장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했는데, 이런 위기를 극복해 내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고,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 내는 창조경제를 실현해야만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미래부와 방통위 출범이 지연된 데 대해 “만시지탄(晩時之歎·시기가 늦었음을 한탄한다는 뜻의 사자성어)이라는 말이 있는데, ‘탄식할 탄(歎)’자를 ‘탄환 탄(彈)’자로 바꿔보면 어떨까 생각한다”며 “늦었다고 탄식할 것이 아니라 총알 같은 속도로 열심히 업무에 임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