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E 투자 마무리·가입자 증가…올해는 이익회수 원년
한국의 통신업종은 갈림길에 섰다고 볼 수 있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고점 수준인 주가수익비율(PER) 9~10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비중 확대(유지) 또는 축소 결정을 놓고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LTE 서비스에 대한 전망은 그리 나쁘지 않다. 정권 초기 통신업종에 대한 규제가 나타날까 우려됐지만, 주가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요금안(案)이 결론난 것도 긍정적이다. 규제 위험이 줄어들면 통신사업자들은 이익창출 동기가 생기고, 투자자 입장에선 이익 전망의 불확실성이 감소한다. 올해 및 내년 실적 개선 가능성도 이미 확인되고 있다. 지금은 한국의 통신주를 팔 때가 아니라 매수할 때라는 의견이다.

지난 1년 반에 걸친 LTE 가입자 확대는 순조로웠다. 올해는 이익 회수의 원년이고, 최소한 내년까지는 안정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본다. 글로벌 통신주 가운데 유일하게 LTE 전국망을 빈틈없이 구축했고 가입자 수는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32%에 달한다. 올해 말에는 56%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LTE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은 5만원을 넘는다. SK텔레콤 기준으로 피처폰 가입자보다 123%, 3G 스마트폰 가입자보다는 39%가량 많은 금액이다.

LTE 가입자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1.8기가바이트(GB)에 달해 3G 스마트폰에 비해 64% 많다. 통상적으로 서비스 저변이 확대되면 1인당 데이터 사용량은 줄어든다. 그러나 작년 12월부터 데이터 사용량이 늘고 있다. 이 추세를 유지하면 LTE 가입자의 ARPU 하락 속도도 그만큼 둔화될 것이다. ARPU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올해 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3사의 ARPU는 각각 3만5928원, 3만2888원, 3만4283원으로 전망된다.

투자비 축소를 통한 고정비 감소도 기대된다. 올해 통신 3사의 설비투자지출(CAPEX)은 7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3.9% 줄어들 전망이다. 마케팅 비용은 올해 정점에 도달한 뒤 하락할 것으로 점쳐진다. 가입자당 유치비용은 20만원대 중반에서 최고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저가 단말기 비중이 늘고 있고, 보조금 지급 외 마케팅 수단이 등장하면서 단말기 교체 주기가 기존 24개월에서 점점 길어질 것으로 관측돼서다.

통신서비스업의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6.9% 증가한 54조5387억원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은 31.5% 증가한 4조912억원, 순이익은 35.3% 늘어난 2조9813억원 정도다. 매출 및 이익 증가율 관점에서 지난 2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글로벌 통신업종이 강세를 보여온 것은 안정적 실적 개선과 높은 예측 가능성 때문이다. 작년 여름 이후 통신주를 순매수했던 자금은 연기금, 국부펀드 등 장기 보유 투자자 성격이 강했다. 채권에서 주식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안정적 이익 창출력과 배당 매력을 갖춘 통신주가 부각되는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주식시장을 이끄는 자금 성격의 변화, 최소한 향후 2년간 나타날 수 있는 안정적 성장 가능성을 감안하면 글로벌 투자자들의 통신주 매수가 장기적 현상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해외 통신서비스업의 주가 상승으로 국내 통신주와 밸류에이션 갭(gap)이 발생했다. 아시아 통신업체 평균 PER은 18배에 달한다. 글로벌 통신업종 내에서 PER 10배 이하의 밸류에이션을 나타내는 국가는 한국과 유럽뿐이다. 유럽은 전반적 실적 부진과 LTE 투자를 개시해야 한다는 점에서 당분간 업황 개선이 어려워 보인다. 배당도 축소했다.

반면 한국 통신업종은 LTE 투자를 마무리했고, 비용 지출이 안정적이 되면서 실적 개선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한국 통신업체들의 매출 및 이익 성장률도 글로벌 통신업종과 비교해 상위권이다.

규제 완화와 ARPU 상승이 올해 주가 상승으로 이어져 통신업종 PER이 11배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이후 추가 상승을 위한 전제조건은 ‘마케팅 경쟁 완화’다. 대만 통신주 사례를 볼 때 예측 가능성이 높고, 이익 변동이 크지 않고, 점진적으로 이익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높은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적용받을 수 있다. 마케팅 경쟁만 완화된다면 상당한 수준의 재평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키포인트는 해지율의 하락이다. 한국 통신사업자의 해지율은 월 2.5% 안팎이다. 반면 미국이나 일본은 1% 이하다. 서비스 경쟁이 부쩍 늘고 있어 해지율이 낮아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통신사를 적극적으로 바꿀 만한 유인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 통신주의 마케팅 경쟁이 장기적으로 안정된다면 13~15배 수준의 PER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

최남곤 <동양증권 연구원 telecom@my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