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33년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트로이온스(31.1g)당 금 가격은 하루 만에 9.4% 떨어져 1346.70달러를 기록했다. 1980년 1월 인플레이션 공포로 온스당 850달러까지 치솟았던 금값이 하루 새 13.2% 폭락한 이후 최대 규모다. 이는 지난 11일부터 4일간 무려 11%나 떨어진 것으로 2011년 9월 정점인 1924달러와 비교하면 20% 넘게 빠진 것이다.

가장 큰 요인은 중국 경제의 성장 부진이다.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이 7.7%에 불과, 중국 경제가 저성장 궤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이 빠르게 금을 팔아치웠다. 일본의 대규모 양적완화에 따른 달러 강세와 키프로스의 금 대량 매도 소식, 인도의 금 수입관세 인상 등이 금값을 끌어내렸다.

다른 원자재들도 일제히 폭락했다. 은값은 하루 만에 11%(2.97달러) 빠지면서 온스당 23.36달러를 나타냈다. 이는 최근 2년 새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백금은 4.3%, 구리 3.5%, 팔라듐은 7.8% 빠졌고, 유가
金 대폭락…원자재 시장  패닉
역시 배럴당 3% 가까이 급락하며 연중 최저치에 근접했다.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트레이더와 세계 최대 금시장인 인도와 중국의 실물 투자자들도 금 투매에 나섰다. 금값 폭락은 캐나다의 배릭골드 등 금 광산 기업의 주가까지 추락시켰다. 배릭골드 주가는 이날 10% 떨어졌다. 국제 금값이 급락하면서 ‘금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에게도 비상이 걸렸다. 금펀드는 금 실물이나 금 관련 주식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금융상품이다. 설정액이 10억원 이상인 국내 금펀드의 순자산액은 현재 1534억원으로, 설정액(1690억원) 대비 9.23% 감소했다. 그만큼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는 의미다. 한 은행 직원은 “금값이 크게 떨어진 뒤 금펀드를 환매해야 하는지 묻는 고객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고려아연(-4.91%)과 대우인터내셔널(-8.98%) LG상사(-7.18%) 등 원자재 관련주가 크게 하락했다.

김보라/조재길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