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밥상과 균형의 중요성
밥상 이야기를 주제로 글을 쓰려니 밥상이라는 말이 생소하게 느껴진다. 요즘은 외식, 브런치 식당, 고급 레스토랑, 스타 셰프 등이 친숙하게 들린다. 그만큼 집에서 식사하는 횟수가 줄었다. 대부분 시간을 일과 씨름하는 나는 이도의 사무실이나 카페에서 약속을 잡는데, 가능한 한 식사를 피한다.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으며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한다. 설탕과 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을 드시지 못했던 부모님과 같이 나도 담백한 맛에 길들여지다 보니 외식이 괴로울 때가 있다.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 비빔밥은 어느 식당이나 맛이 비슷한데 고추장의 달콤한 맛 때문이다. 비빔밥은 나물에 간을 맞춰 그냥 먹어도 반찬이 될 수 있게 비비는 것인데, 고추장으로 간을 맞추니 깊이 있는 맛이 살아나지 않는다.

달고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진 많은 주부들이 점심시간에 식당을 채우고 돌아가는 길엔 백화점 식품매장에 들러 조리된 음식을 사서 저녁 식사를 준비한다. 젊은 사람들은 레스토랑에 휩쓸려 다니며 테이블에 앉아서는 스마트폰에 집중하며 대화를 즐기지 못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니 내가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것으로 비칠지 모르겠다. 나도 가끔은 멋지고 서비스가 좋은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음식으로 좋은 사람들과 대화하며 분위기를 내기도 한다. 그래도 나는 집에서 식사를 즐기는 게 낫다. 영양을 따져 재료를 선택하고 청결하게 준비한다. 조리한 음식을 내가 좋아하는 그릇에 보기 좋게 담아 편안히 먹을 수 있어 좋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균형의 중요성이다. 홍수처럼 몰아치는 정보에 휩쓸려 의식 없이 살아가는 것을 경계하자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나의 내면에 무엇이 자리 잡고 있으며 시간을 어느 곳에 소비하고 있는지, 나의 열정을 어디에 쏟고 의식 수준은 어디까지 와 있는지, 이런 고민이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세상을 따라가기보다 깊이 있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필요하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나를 지탱하는 힘과 신념, 책임감 등을 어떻게 갖게 되는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공공의식과 역사인식 및 철학적 사고가 그냥 생기지는 않는다.

패스트푸드가 건강을 책임질 수 없듯이 편리한 방식과 내용 없는 정보가 정신적인 양식이 될 수 없다. 귀찮고 힘들며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식사 준비를 소홀히 하면 나와 가족의 건강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식사시간에 하는 대화와 소통을 통해 이뤄지는 가정교육이 힘들어질 것이다.

이윤신 < W몰 회장·이윤신의 이도 대표 cho-6880@hanmail.net >